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들에게 중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은 고교생활을 가늠하는 최대 승부처. 하지만 고교 진학과 동시에 시작되는 입시전 돌입에 대한 부담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온통 학업에 집중되고 있다.
학업부담감에 짓눌린 학부모들과 학생들 중에는 서둘러 선행학습에 나서는 바람에 제대로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교 진학까지 남은 시간, 중학교 과정에 대한 마무리는 어떤 선행학습보다 중요하다.
체력단련, 독서 등 자기계발을 위한 다양한 경험들을 가져보는 것도 앞으로의 고교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어수선한 교실='가장 중요한 시기?'. 그러나 학사 일정을 대부분 마친 중3 교실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학기말 시험도 끝났고, 고교 진학도 거의 마무리되면서' 할일 없는 등교'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고3 학생들에게 쏠린 관심과 달리 변변한 프로그램도 없으니 중3들은 고교 진학 때까지 '무엇을 준비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ㅂ중 3년 김모군은 "기말시험이후 수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과 시간표대로 수업은 진행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자습을 하거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수업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마련치 못해 방학 때까지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두는 데 주력하는 형편이다.
ㄱ중학교 안모 교사는 "내신 성적 산출이 거의 끝나다보니 학생들의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져 수업이 이뤄진다 해도 교과목에 맞는 VTR 시청이나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자습을 시키는 것이 전부"라며 "고교 진학 때까지의 공백기를 메워줄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고3의 경우 대학에 진학해 특정 전공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 때까지의 공백기를 영어 공부나 전공 교양서적 독서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중3은 실업계 고교에 진학해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할 생각인 학생 일부를 제외하면 대학입시라는 목표에 초점이 맞춰진 셈. 고교 교사들은 "많은 영역과 과목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학교 과정의 마무리와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입학 후 생활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릇된 선행학습=17일 오후 ㄷ중학교 3학년 교실. 인문계 고교로 진학을 선택한 학생들대부분이 두툼한 고교 영어, 수학 참고서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한 학생은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교 영어, 수학 참고서를 붙들고 있다"며 "수업을 마치면 상당수의 학생이 영어문법과 수학 공식을 배우기 위해 학원으로 향한다"고 했다.
중 3학생을 겨냥한 학원들의 공세도 대단하다.
갖은 선전문구를 앞세워 고교 공부의 어려움, 선행 학습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학부모들은 공연한 불안감, 이웃 아이들과의 비교 등으로 일단은 학원에 보내고 보자는 식이다.
대구시내 어지간한 학원들은 12월 들어 선행학습 하는 고1 예비반을 개설했고, 중3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니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습의 집중도를 떨어뜨려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고 충고한다.
고교 교사들은 "신입생의 상당수가 선행학습을 해 오지만 이미 배웠다는 생각에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아 오히려 기본을 다지는 중요한 개념들을 놓치는 경우가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교사들은 섣부른 고교 선행학습보다는 중학교 과정에서 배운 개념만 철저히 익히고 진학한다면 고교 과정을 쉽게 배워갈 수 있다고 충고한다.
◇방학을 잡아라=오후 4시쯤이면 학교 교문을 빠져 나오는 중학교와는 달리 고교에서는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다.
수업시수가 중학교보다 훨씬 늘어나는데다, 보충수업, 자율학습 등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 시간 자체가 크게 늘어난다.
더욱이 이 같은 생활은 고교 진학과 동시에 시작돼 수능을 마칠 때까지 3년간 계속되기 때문에 이를 이겨내는 체력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이 필수다.
그래서 고교 진학 때까지 중3 학생들이 갖는 시간은 고교 생활의 준비기간이며, 전체 고교 생활의 밑거름이 된다.
전문가들은 방학기간을 이용, 등산을 통해 체력을 기르거나, 극기 훈련 캠프 등에 참가해 힘든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시지고 김영수 교장은 "최근 들어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부모의 보호 속에 자란 학생들이 많아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경향이 많다"며 "고교 진학에 앞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인내력 기르기에 힘을 쏟는다면 자신감 있는 고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도 고교 진학 준비에 빠뜨려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다.
7차 교육과정은 광범위한 사고력과 체계적인 논리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해보는 것이야 말로 어쭙잖은 선행학습보다 한결 중요하다.
고교 입학 후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중3 겨울방학 때 독서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고교 진학 후에도 좀처럼 책을 잡기 힘들기 때문. 이는 곧 사고력의 위축, 창의적 사고능력을 약하게 하는 등 고교 공부에 필요한 기본을 잡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정현 대구시교육위원회 의장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학생들의 독서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독서 그룹을 만드는 등 효율적인 책 읽기 습관을 기른다면 교과 공부는 물론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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