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수학 교사들이 교실 수업에서 발견한 문제점과 연구를 통해 찾아낸 해결 방안들을 발표, 토론하는 자리가 20일 오전 9시30분부터 경북대 우당교육관에 마련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현대수학교육컨퍼런스는 교수학습과정에 대한 연구인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내용. 하지만 학부모들로선 자녀들이 수학 공부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교실에선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또 이를 교사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대강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발표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강연 일정과 토론 내용 요약분은 경북대 수학교육과 홈페이지(mathed.knu.ac.kr)에서 볼 수 있다.
△수학도 원격수업이 가능할까
대구 수성여중 박정미 교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평준화된 교실 수업으로는 어렵다.
또 단계형 수준별 교육에서 발생하는 재(再)이수자에 대한 지도 역시 부담스러운 현실. 이때 원격수업이 좋은 대안이 된다는 것. 그는 이미 3년에 걸쳐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해왔다.
박 교사는 학교 홈페이지를 활용했다.
수업시간 실습과 학교 홈페이지 교육을 통해 이용방법을 가르친 뒤 연수물, 학습자료실 등에 교육물을 올려 이용하게 했다.
자료는 교사가 직접 문제풀이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는 식으로 제작해 올렸다.
소단원별로 교과 내용을 설명하는 보충형과 수준 있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풀이하는 심화형으로 나눠졌다.
학생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단원을 선택해 공부하고 모르는 내용은 질문방을 통해 교사에게 질문했다.
과제도 원격수업을 통해 부과했다.
방학기간이 특히 유용해 과제를 주고 온라인을 통해 질문과 답변이 오감으로써 지난 학기를 정리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데 효과가 컸다.
수성여중의 경우 현재 1학년부터 3학년1학기까지의 원격수업 내용이 갖춰졌고 평균 80% 정도가 원격수강을 하고 있다.
△게임으로 수학 배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부에 관심이 많고 게임에서 이기면 즐거워한다.
게임을 통한 수학 원리 발견은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고 암호, 주사위 게임 등 분야도 다양하다.
사고력을 함양하고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게임 학습에 대한 연구도 증가 추세다.
경북대 사대부설중 박은행 교사는 여러 게임 학습법 가운데 암호 해독과 'NIM 게임'을 교실 수업에 적용한 결과를 소개했다.
암호 풀이는 암호 속에 들어 있는 수학적 지식을 찾아내 그 성질을 탐구하고 암호문을 직접 만들고 해독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암호 작성과 해독의 여러 방법들을 실생활에 활용함으로써 수학의 유용성을 깨닫고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NIM 게임'은 동전이나 바둑돌 가져가기, 숫자세기 등을 하면서 미리 정해둔 마지막 숫자에 걸리는 쪽이 이기거나 지는 게임. 학생들은 게임을 하면서 합동식과 이진수의 성질을 이용해 게임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필승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박은행 교사가 학생들에게 내 준 암호 풀기 과제〉
1. 다음의 암호문을 복호하시오.
'우님만리을큼는하사수늘랑학만합선큼니생땅다'
2. 치환을 이용하여 다음의 암호문을 복호하시오.
'호공암재미부다신있하다기'
3. y=3x+5(mod26)에 의해 작성된 암호문이다.
원문을 구하시오.
[ F O X S T R H M C R H M F N J ]
〈정답〉
1. 우리는 수학 선생님을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합니다.
2. 암호공부 재미있다 신기하다.
3. I LOVE MATHMATICS.
△수학 기피증을 해결하자.
"고리타분해요, 머리도 아프고…", "수업시간에 문제를 못 풀었더니 머리 나쁘다고 혼났어요. 그때부터 수학은 접었어요", "수학은 대학 가기 위해 하는 거지 대학만 가면 아무 필요가 없잖아요".
영남고 김두용 교사는 수학 기피증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가 수업방식. 외국의 경우 한 시간에 3문제 정도를 풀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우리나라 일반계 고교의 경우 50분 수업에 최소한 10문제 이상을 풀어주거나 풀기를 강요한다.
입시 교육으로 인해 가뜩이나 방대한 교과 내용을 넘어서까지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수학을 실생활과 무관한 고차원적인 학문으로 여기고 학교만 졸업하면 나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학생들의 수학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독서지도, 동영상 시청, 퀴즈쇼 운영, 신문활용교육, 수학연극, 체험수학, 프로그램활용교육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수학 교육에서 가능할까 싶은 방법들이다.
하지만 김 교사는 "예를 들어 독서지도의 경우 대단원 시작 전에 그 대단원의 수학사와 관련이 깊은 책들을 읽게 한 뒤 토론하게 하면 기본지식을 심어줄 수 있고 수업 진행을 쉽게 해 준다"고 했다.
학기에 한번씩 수학 독후감대회를 열어 자발적인 독서도 이끌수 있다는 것. EBS에서 방영한 '진리의 오디세이', '수학나라 아라별', '수학으로 보는 세상' 등 동영상물을 수업에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교사가 어떤 방법을 택해 수업을 진행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하고 준비하느냐가 학생들의 수학 기피증을 해결하는 핵심"이라는 그의 지적이 의미심장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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