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고백성사

거리에 캐럴마저 간간이 들리는 우울한 성탄 시즌이다.

캐럴 음반과 트리 등 장식품 판매, 성탄 이벤트 등도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70%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불황이 계속되고 서민들이 추위에 떠는 한겨울이지만, 나라는 대선 자금을 둘러싼 '돈 먹기' 여파 등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윗물부터 썩어 온통 고약한 냄새뿐이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그 규모가 100억원 이상씩 늘어나고,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판이다.

하지만 이 혼란을 풀어가야 할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감추기와 변명,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어 실망 정도가 아니라 좌절감과 박탈감만 증폭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썩는 냄새는 성역이 없을 정도다.

외교부의 내부 전산망에 일부 외교관의 부정부패 실상에 대한 '고해성' 글이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직원이 존경심을 가져본 상사는 극소수라며, 상사들을 원망했다.

"사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술 한 잔 하고는 법인카드 전표를 총무에게 내미는 상사들 때문에 나도 같이 더러워졌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이런 풍토가 어디 외교부뿐이겠는가.

※김수환 추기경이 한 정치인을 만난 자리에서 "대선 자금 문제에 관련된 분들은 감옥 갈 각오로 진지한 고백성사를 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후보측 모두의 '고백성사'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에게는 비판하는 쪽의 얘기는 '늘 비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잘한다고 하면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철학이 있는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어제 불법 대선 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 우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그 절반쯤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 모양이다.

하지만 강금실 법무장관은 '10분의 1' 발언을 적절치 않다면서 수사 관련 발언 자제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젠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뉘우침이나 들어주는 성직자도 아니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등이 떼밀려 하는 고백성사는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마저 없지 않을 정도가 됐다.

쯠고백성사는 지은 죄에 대해 하느님께 용서를 받으며 화해하도록 해주는 성사다.

알게 모르게 범한 죄를 성찰.통회.고백.보속 등을 통해 죄를 용서받는 절차를 밟는다.

먼저 자신의 죄를 생각해내고, 그 죄를 진심으로 뉘우친다.

마음을 열어 그 죄를 고백한 다음 보속을 함으로써 화평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이제 정치인들을 비롯한 지도층은 물론 우리 모두도 고백성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고백성사는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진실되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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