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검찰의 벽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해 '올해의 십자군'으로 뉴욕주 '스피처' 검찰총장을 선정했다.

타임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십자군'은 그해에 가장 정의(正義)를 실천한 인물을 중세의 십자군에 비견, 널리 알림으로써 '사회의 정의'에 대한 경각심을 시민들에게 심어주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스피처 총장은 뉴욕 월가(街)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독선적인 횡포를 과감한 검찰권으로 바로잡은 주인공.

▲'메릴린치'는 투자은행의 평가 기능을 악용, 신용이 형편없어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을 의도적으로 높이 띄워 주거나 자기은행에 투자 않는 기업에 대해선 혹독하게 평가해 기업은 물론 수많은 투자자들에게도 엄청난 손실을 끼친 악덕 은행, 결국 스피처 총장의 신념에 찬 수사로 메릴린치로 하여금 거액의 손해배상금과 모든 투자자들에게 사과문을 내는 수모를 당하게 만들면서 유독 심했던 회계부정 배임 등의 범죄로 얼룩진 올해의 월가를 신선한 풍토로 변신하는데 크게 기여한 주인공이 된 셈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월가의 부정적 이미지를 추상같은 검찰권이 긍정적으로 바꾼것은 세계경제에도 큰 도움을 줬다고 할 수도 있다.

그의 성공은 그가 수사하는 과정에서 받은 압력이나 유혹을 그가 과감하게 뿌리쳤기 때문임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검찰이 하기에따라 금융관행이나 기업풍토까지 바꿀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실천적 사례이다.

▲지금 우리 검찰도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다.

대통령 측근비리나 대선자금수사를 진행중인 검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치풍토는 물론 기업의 생리까지 거의 혁명적으로 바꿀수 있는 그 중심에 검찰이 서 있기 때문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체제의 검찰이 신뢰를 받게된 계기는 수사를 마무리한 이른바 굿모닝시티의 분양비리사건에서 윤창열 대표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정대철 전 민주당대표에 대한 추상같은 수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는 숱한 의혹을 묻어둔 채 '윤창열 대표의 사기사건'으로 결론을 내려 끝내 실망을 안겨버렸다.

당초엔 정관계 로비의 산실인양, 불법정치자금의 물꼬였다는 의혹이 강하게 풍겼으나 결국 흐지부지 돼 버린 셈이다.

더욱이 경찰이 윤씨의 구속기소의견까지 낸 사건을 1년이나 미룬 검찰의 속사정도 의문인채 내부감찰 운운(云云)으로 끝내려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오느냐에 있다.

검찰의 사활(死活)을 검찰이 쥐고있는 셈이다.

그건 '살아있는 권력의 벽'을 과연 뛰어넘을수 있느냐에 달렸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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