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칼럼-건강을 위한 역할분담

말 많은 의료보험제도 하에서도 요즘 병원 문턱이 크게 낮아진 느낌이다.

인터넷과 신문.방송을 통한 의료정보의 홍수 속에 일반인의 의료 지식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에 따른 수준차가 심하고 왜곡된 의료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진료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어깨가 아프면 오십견, 팔다리가 아프면 관절, 가슴이 아프면 심장, 머리가 아프면 혈압이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진찰실에서 한번 본 환자에게 가능성 있는 질환을 모두 설명해 혼란에 빠뜨릴 필요는 더욱 없다고 본다.

이를 적절히 잘 조절해나가는 것이 바로 의사의 몫이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진료한다는 것은 환자와의 교감을 갖는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부실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면 이는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몸에 대해 무심하게 지내온 경우가 많다.

또 병증을 느끼는 순간 더욱 불안해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일반적인 유형을 살펴보면 먼저 자신의 병을 알고있다고 생각하며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알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로 어떤 방법으로든 치료를 받고 오는 사람은 많지만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셋째로 환자가 의사에게 병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들었더라도 병의 치료에 대해 자신이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병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본다든지 혹은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건강한 몸이 어느 한순간 병든 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경험하는 여러 자극이 몸을 변화시켜가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조절 한계를 넘어설 때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므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주위의 여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병의 치료는 의사와 환자 그리고 치료 보조자들의 협조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한 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이 잘 받쳐주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오면 물이 새는 화랑에서 좋은 그림을 감상할 수는 없을 것이며, 삐걱거리는 의자에 않아 감미로운 음악을 감상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드나드는 진료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진료실 창 밖으로 보이는 어지럽고 답답한 우리의 현실 또한 정확한 진단이 시급한 일종의 병리현상이며, 외면하고 덮어둘수록 더욱 곪아가는 종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되돌아 보며, 흔들리지 않는 합리적인 원칙하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이끌어가는 우리의 주치의가 새해를 열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 본다.

최창혁(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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