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석연찮은 경북도 행보

공석중인 경북도립국악단의 상임지휘자 선정 문제를 놓고 뒷말이 구구하다.

심사위원 전원이 같은 학교 출신으로 구성되는가 하면 경북도가 공모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등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0월 김용만 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가 지병으로 타계함에 따라 후임 상임지휘자를 초빙한다는 공고를 지난 11월 6일 냈다.

전국에서 모두 5명의 국악인이 공모를 했고 도로부터 위촉을 받은 4명의 심사위원이 이들을 상대로 이달 9일 면접 전형을 실시, 장모.김모씨 등 2명을 추천했다.

이들중 한명이 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로 낙점받는 듯했으나 돌연 경북도 측은 "적임자가 없으며 대구.경북 지역의 교수 중 한명을 후임 겸임 지휘자로 물색하고 있다"고 최근 입장을 바꿨다.

도 고위 관계자는 "예술단체의 지휘자를 공모를 통해 선발할 경우 객관성은 있겠지만 거물급 인사를 초빙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 선발 과정에서 나타난 도의 태도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특히 4명의 심사위원과 1등 추천을 받은 장씨가 모두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경북도 측은 이에 대해 "심사위원이 같은 고교 동문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장씨와 심사위원이 동문이라는 지적이 뒤늦게 제기되자 말썽이 날 것을 우려한 경북도가 공모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고육책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북도가 도립국악단원 13명을 상대로 후임 지휘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 위촉방법은 딱히 규정된 것이 없으며, 심사위원이 추천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전례가 다른 시도 예술단에서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립국악단 지휘자 선정을 둘러싸고 도가 보여준 석연치 않은 행보는 적지 않은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원 평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장모씨는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을 위촉해 평점을 매기도록 해놓고 이제 와서 경북도가 적임자가 없다고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경북도가 원리원칙대로 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는 것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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