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로 라이프(1)-'빨리빨리세상' 느림의 미학

그동안 자랑으로 삼았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회의와 앞만 보고 달렸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한꺼번에 몰려 오면서 사람들은 느린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느림이란 시간의 재촉에 급하게 떠밀려 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이며 나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겠다는 의지의 외침이다.

새해 '느림'을 화두로 인생을 관조하면서 휴식의 풍요로움도 즐겨보자. 여러분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편집자

사진작가 윤관중씨. 그는 천천히 세상을 살고싶어 7년 전 쳇바퀴 같은 세상의 틀에서 퉁겨져 나와 적(籍)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걷기를 즐긴다.

천천히 걷는 동안 계절의 공기가 주는 알싸한 운치를 즐기기도 하고 걷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살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 느리게 움직이면서 여유롭게 살아보니 비로소 삶이 보이더라"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목표를 쟁취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빨리 달려가면 갈수록 우리의 삶은 여유로워 지기는커녕 더 빨리 달릴 것을 채찍질하고 있다.

무엇을 위하여 우리는 이렇게 속도를 내는 것인가. 그동안 끊임없이 개발해온 하이테크놀로지로 절약한 그 많은 시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와 자동차,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리모컨 하나로 조작되는 TV와 가전제품,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 등…. 세상은 끊임없이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기기들을 만들어 내고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변함 없이 바쁘기만 한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저자 피에르 상소는 이렇게 말한다.

"몸이 느림을 향할 때 정신은 더욱 깨어나고 삶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있다"라고. 느림은 게으름처럼 꼼짝도 하기 싫은 증세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활력소라고 말한다.

그는 삶의 매순간순간을 구석구석 까지 즐기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것은 삶의 '적극적인 선택'중 하나라고 강조하고있다.

느림은 나만의 리듬에 따라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속도에 쫓겨온 당신. 이젠 훌훌 떠나보자. '빨리빨리'에 떠밀리고 '한줌의 가치'도 없는 욕심에 떠밀리면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여 보자. 뒷전으로 밀려났던 나의 가족과 나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일본 고치(高知)시 슬로라이프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나가노 이사오(33)씨는 "느림은 시간의 개념이 아니다.

바람직한 마음의 상태다"라고 강조한다.

빨리 빨리 문화에 쫓기다시피한 우리의 몸은 이미 지쳤고 마음은 황량하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매달려온 우리네 삶. 결코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긴장과 경쟁의 연속. 이것들에서 '탱' 하고 튕겨져나와 나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고 속도를 줄이자는 '슬로 라이프' 움직임이 국내서도 일고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느린문화학교가 생겼다.

조악해도 느긋하고 자연스러움에 포인트를 두는 슬로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것이다.

자동차를 타지않고 천천히 걷자는 슬로 페이스, 전통의상을 입자는 슬로 웨어, 가급적 천연식품으로 식생활을 하자는 슬로푸드, 느긋하게 나이들어 가자는 슬로에이징등….

인생을 80세까지 살 수있다고 할때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70만800시간이다.

그중 일하는 시간은 7만 시간에 불과하고 이보다 8배나 많은 63만 시간이 천천히 즐겨야 할 시간이다.

이런 귀한 시간을 과거에 고통스러워하고 현재에 불만스러워하며 미래를 걱정하며 허비할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시간 여유를 갖고 나의 호흡에 귀기울이며 삶의 주인으로 살것인가? 그 선택은 이순간 당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김순재기자 sj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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