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 나날이 왜소해지고 있는 대구.경북의 위상에 다름없다.
잦은 대형 사건사고로 활기를 잃은 시민 정서, 침체일로를 걷는 지역경제, 무엇보다 희망찬 미래를 열 비전이 없다는 것이 시.도민을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일은 시.도민의 몫이다.
희망은 변화에서 나오고 미래는 오늘에서 초석이 다져진다.
원로와 뉴 리더의 눈에 비친 대구.경북의 미래와 과제를 짚어보고 지역발전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40여년간 다양한 공직 경륜을 갖춘 김수학 전 경북도지사(이하 金)와 지역발전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는 이인선 계명대 교수(이하 李)가 만났다.
▲李=지역사정이 참 어렵습니다.
지난해는 지하철 참사에다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불황으로 시.도민들의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국민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만을 안겼습니다.
올 해는 좀 달라질까요?.
▲金='인심은 쌀독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대구.경북의 경제가 걱정입니다.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보니 한결같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대부분 자본과 기술능력이 있으면서도 폐업하는 기업,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마지못해 꾸려가는 업체, 아예 부도가 나는 회사로 갈려 활력을 잃고 있다는 군요. 지방의 위기상황을 분석해보면 자본과 인재가 서울로 집중한 직접적인 요인에다 산업의 노후화와 연령층의 고령화, 전국의 1일 생활권화, 산업 개방화 등에 따른 대체산업과 전략산업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여요.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발전전략을 치밀하게 짜서 잘 풀어나가면 희망이 있습니다.
▲李=다행히 지역혁신을 통한 성장토대 구축과 성장 동력산업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 노력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지방마다 경쟁적으로 신산업 유치, 재원확보를 위해 중앙정부를 상대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상도 기질이 보수적이고 한발 늦게 행동으로 옮긴다는 지적도 있지만 필요성을 느끼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결집능력도 뛰어나지 않습니까? 또 지역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입니다.
▲金=전환기에는 리더의 역량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경우가 많죠. 리더와 여론주도층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리더들은 현존하는 사회욕구를 수렴하는데 집중했다면 변화를 도모하려는 이 시기에는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사명감이 강해야 합니다.
물론 도덕성이 뒷받침 돼야 시민들을 리드할 수 있겠죠.
타지방에 살아보니까 대구.경북민의 우수성을 체감합니다.
역사적으로 이 고장민들은 긍지와 자존심, 끈기를 지녀 위기극복 능력이 뛰어납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대분발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 지방살리기의 요체는 경제인데 우리 지역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죠.
▲李=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섬유중심의 지역특화산업, 모바일.전통생물소재 등 10년 비전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DKIST를 축으로 테크노폴리스를 향한 20년 장기전략산업을 유치중에 있고 일부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산업도 신산업과 결합시켜 퓨전화,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자립형 분권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큰 그림만 그려놓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올 한해가 아주 중요합니다.
시.도, 학계, 기업, 언론이 혼연일체가 돼 뛰어야 합니다.
지방에서는 아무래도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金=관료사회와 행정이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됩니다.
행정수요가 다양화, 전문화 되면서 공직자들이 미처 대응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공장설립의 경우 공장용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대구시에 많은 자문을 하고 있는 이 교수는 어떻게 느껴요?
▲李=공무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이전에는 손놓고 지원만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정부 각 부처마다 지방과 관련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 사업메뉴를 얼마나 잘 따오느냐가 10년, 20년 뒤 대구.경북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중앙정부와 관료들에게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해야 합니다.
정부와 효과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학계와 공무원이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역혁신을 주도할 집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략산업을 추진하려면 정치권과의 연계도 잘 활용해야 하고요.
▲金=정치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에게도 정치입문 제의가 여러차례 있었습니다만 여건이 안돼 모두 거절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못할바에야 안하느니 못하죠. 아무튼 큰 일을 하려면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내년 총선이 지역으로 봐서 아주 중요합니다
유권자들의 몫이겠지만 지역을 위해 진정 누가 바람직한지, 누가 올바른 후보인지를 잘 살펴야 하고 합니다.
다만 세대교체 열망도 있겠지만 무턱대고 신인이라고 뽑아서도 곤란하겠지요.
▲李=지방살리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은 정치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시민들도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당선가능성은 잘 모르겠지만 한나라당 일색에서 어느 정도 새 바람이 일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교육.사회부문과 문화.예술계도 미래를 향한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金=한때 대구.경북은 '한국의 인재 풀(pool)'이라고 할 정도로 인적자원이 풍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과학기술 인재가 중요합니다.
이들이 걱정없이 지역으로 모일수 있도록 교육.생활여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 이 고장은 문화의 보고입니다.
전국 문화재의 20%, 청정 동해바다, 선비정신 드높은 유교문화와 가야문화, 신라천년의 불교문화가 있기때문에 잘 개발하고 보존한다면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李=인재활용의 폐쇄성은 고쳐야 합니다.
외지출신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인사가 제한돼 있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때 이들의 학맥, 인맥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신행정수도 이전시 지역에 미칠 파장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金=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수도 이전이 성사될지 모르겠지만 경제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인구 분산과 수도권 집중완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대전을 중심으로 경기.강원 등 북부지역과 영.호남의 남부쪽이 갈라지는 이분화 현상도 예상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수도이전이 고속전철 개통과 맞물려 대구.경북이 더 위축될 수도 있기때문에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李=수도기능이 충청권에 왔을때 외곽기능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호주 캔버라, 브라질 브라질리아, 일본 도쿄 등 수도 이전 사례나 인구분산을 시도한 도시를 벤치마킹해야 하는데 대구시나 경북도에서 이런 움직임은 전혀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金=참여정부의 개혁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행한 일입니다.
어떤 개혁인지 확실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에 대한 설득작업도 없습니다.
개혁의 전제는 국민불편과 불안을 없애는 것인데 밑그림없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문제와 정권마다 약속한 농가부채탕감 등 경제 소비의식을 망가뜨리는 것도 문제지요. 무능력자는 철저히 조사해서 카드발급을 하지 말고 농가부채도 엄격한 원칙을 정해 형평에 맞게 지원해야 합니다.
▲李=국민들에게 어떻게 해결해주겠지 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습니다.
명백한 정책실패에 따른 부채는 탕감해야 하지만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노동정신을 약화시키는 처방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리=이춘수기자
사진=정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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