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편소설 심사평-'새로운 혼인풍속도를 그린 수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8편을 통독하고 나니 작품들의 우열이 한눈에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다음의 3편은 각각 나름의 성취를 분명하게 빚어내고 있다.

'고릴라를 만나다'(김명희)는 소아마비를 앓은 신체장애자 '나'의 연애 상처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문장력이 무던하나 그만큼 개성적인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는 흠이 있다.

더욱이나 고릴라 우리를 둘러치고 있는 쇠철망을 절단하고 주인공이 절규를 터뜨린다는 마지막 대목은 좋게 봐서 영화적인 발상이지만 핍진감은 떨어진다.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리는 상처(喪妻)한 남자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토로하는 '물고기창'(김순영)은 우리의 전통적인 단혼제(單婚制) 풍습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또 얼마나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점검한 작품이다.

또한 비디오보기.그림그리기.열대어키우기 같은 세목의 활용도 돋보인다.

그러나 설명력의 미흡으로 문맥이 엉성한데다가 비문이 여러 개나 있다는 결정적인 허물이 너무 크다.

남편들의 바람기와 허랑기에 시달리는 모녀의 심란한 심상을 찬찬히 수놓고 있는 '바다로'(이성수)는 상당히 이채로운 작품이다.

우선 여자인 '나'가 재혼인데 반해 남편쪽이 오히려 초혼이라는 설정도 오늘의 혼인 풍속도를 제대로 투시하는 묘수에 값한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 따위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현학 취향은 아무리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나친 작위성의 과시에 불과하다.

그렇긴해도 경석과 칼로 발바닥의 굳은살 도려내기와 집게벌레 키우기 등을 통해 화자의 원망과 희원을 올곧게 드러내는 형상화 솜씨는 단연 뛰어나다.

당선을 축하하며, 착실한 정진으로 문운을 활짝 열어가기 바란다.

심사평:김주영(소설가) 김원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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