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갑신년(甲申年)은 원숭이해. 꾀 많은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목(靈長目) 중 사람을 뺀 동물의 총칭이다
'동국무원(東國無猿)'이란 말에서 보듯 원숭이는 우리나라 '토종 동물'은 아니다.
그러나 십이지(十二支)상의 아홉 번째 상징 동물로 삼국시대부터 무덤의 호석, 부도, 고분벽화, 석관 등에 등장하는 등 우리 민족과의 인연은 길다.
너무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다 사람을 닮았고 흉내를 잘 내 흔히 '재수 없다'고 믿어져 온 탓에 원숭이와 관련된 우리의 설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전해지는 것도 거의가 원숭이 지략담이고 속담 등에 들어 있는 이미지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원숭이 잔치'라는 말은 '먹을 것은 없이 요란하기만 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은 세상을 조심해서 살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중국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는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잔꾀의 허무함을 빗대고 있다.
하지만 연적이나 회화 등 우리 유물에서 새끼를 안고 애지중지하는 모습이나, 장수를 장싱하는 천도복숭아를 든 원숭이가 나오는 것을 보면 원숭이를 부정적으로만 본 것은 아닌 듯하다.
원숭이가 길상(吉祥)을 의미하는 세시풍속도 있다.
전남과 제주도 지방엔 원숭이와 관련된 세시풍속으로 '상신일(上申日)'이란 것이 있다.
새해 들어 첫 원숭이 날을 길일(吉日)로 여겨 가무와 음주를 즐기며 보내는 것이다.
도가 계통에서는 '육경신(六庚申)'이란 수행도 있었다.
경신일(庚申日) 밤에는 전혀 잠을 자지 않는 것인데, 연달아 여섯 번 경신일 밤을 새우면 만사가 뜻대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원숭이해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전기를 여는 사건이 많았다.
1992년에는 황영조 선수가 손기정 선수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한국과 중국이 지난 50년 한국전쟁 이후 지속돼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다시 12년을 거슬러 올라간 1968년에는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됐고 포항종합제철이 창립됐다.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습격 미수사건, 70여명의 사망자가 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등도 같은 해에 일어난 일이다.
1956년에는 대통령 후보 신익희씨의 급서, 장면 부통령의 저격사건, 첫 TV방송국 전파발사 등이 있었고, 1944년에는 일제하 전면징용제 실시, 군수회사법 시행, 미곡 강제공출 시행 등이, 1932년엔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다.
이밖에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1920년), 일제의 동양척식회사 설립(1908년), 독립신문 창간(1896년), 갑신정변(1884년) 등이 모두 원숭이 해에 일어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이성계의 조선 창건(1392년)과 불교의 고구려 전래(392년)도 원숭이 해의 일이다.
물론 올해도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불황 및 심각한 정치부재에서의 탈출을 위해서, 그리고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국내.외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지도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올 원숭이해에는 모두가 '재주 부리는 원숭이'처럼 자기보다는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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