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모(52)씨 부부는 금실이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부부 동반 모임에도 다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집에만 들어오면 두 사람 사이엔 찬 바람이 쌩쌩 돈다.
한 지붕 두 가족. 각방을 쓰면서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 이들 부부는 사실상 별거상태나 다름없다.
겉으로만 부부 모습을 한 채 자식들이 결혼할 때까지 이혼을 잠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황혼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우리나라 이혼율(47.4%)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했다.
신혼부부 두 쌍이 탄생할 때 한 쌍의 부부가 남남으로 갈라선 셈이다.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이혼은 남의 집 얘기가 아닌 시대가 됐다.
2002년 대구지역 조이혼율(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 비율)은 2.9(7천329건)로 10년 전의 1.2(2천937건)보다 배이상 늘었으며, 2000년 2.1(5천370건), 2001년 2.5(6천248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그 누가 '연애는 행복한 오해요, 결혼은 참혹한 이해'라 했던가. '3주간 서로 연구하고 3개월간 사랑하고 3년간 싸움하고 30년간 참고 견딘다'. 이러한 '부부'의 정의는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간에 불붙은 사랑의 에너지가 유지되는 기간은 고작 18∼30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 남편과 아내는 눈을 감고 사는 셈이다.
하지만 30개월이 지나면 현실이 눈앞에 보인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남편, 아내의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잘못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2002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사건 중 결혼생활이 3년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49.5%로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참고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혼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결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적령기를 놓친 노총각, 노처녀들은 "왜 빨리 결혼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남녀가 만나 결혼해서 자식 낳아 그렇고 그렇게 산다'. 과연 이러한 부부를 건강한 부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종욱 대구가정행복연구소장은 "환상이 깨지는 과정이 바로 결혼생활"이라고 규정한다.
남편과 아내의 허물이 드러나면서 부부는 서로 싸움을 하고 고민하고 좌절한다.
"함께 살면서도 가슴앓이를 하는 부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괴로움으로 점점 시야가 좁아져 이혼하면 해방될 걸로 생각하는데 이혼 후 더 큰 고통을 받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박 소장은 결혼에도 예비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알고 어떻게 결혼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인지 배운 사람은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 소장은 "부부가 함께 배(가정)를 위협하는 파도(위기)를 헤쳐나가 항구(행복)에 도착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가정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급변하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 사회의 중심인 가정 해체가 심화되고 있다.
이혼, 재혼이 늘어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하는 솔로족,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 가족, 한 부모 가족, 동성애 가족, 국제 커플....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모한 가족의 형태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움직임이다.
바로 신(新) 부부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충선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과거에는 쉬쉬했던 재혼을 공개적으로 하고 아이도 더 잘 키움으로써 혈연을 맺지 않고도 성공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사회가 변함에 따라 결혼의 형태도 여러가지 선택 중에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강하지 못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자녀가 나올 수 없다.
결혼생활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부부, 가족이 함께 가꿔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회의 기본인 가정이 흔들릴 때 어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을까. "통하였느냐?" 지금의 부부, 가정, 사회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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