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활용교육/생각해보기-슈렉 동화의 편견 깨고 세상속으로

'슈렉'은 현대적인 감각의 애니메이션이다.

3D(입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감성은 따뜻하다.

기존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판타지가 유쾌하다.

영화 중반.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가 숲 속 새에게 노래를 부른다.

공주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새도 화합한다.

월트 디즈니의 고전영화 '백설공주'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곧 이어 피오나의 목소리는 고음으로 터지고, 새도 터져 버린다.

공주는 새 둥지에서 알을 꺼내 프라이를 만든다.

애니메이션의 관습을 깨는 장면이다.

아름답고 예쁘게 치장된 숱한 동화를 패러디하며 현대적인 톤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슈렉'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이 꿈꾸는 미인관의 허상이다.

컴팩트 디스크만한 작은 얼굴에 날씬한 몸매, 연예인같은 이목구비가 현대 미인상이다.

과거 미인상이었던 복스러운 얼굴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현대 여성이 깎아내는 면적을 모으면 아파트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슈렉'은 현대인들의 이러한 외모지상의 미인관을 비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 속에서 방귀를 뀌어 물고기를 질식시키는 머리 큰 초록 괴물 슈렉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피오나는 낮에는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추한 괴물로 갇혀 지낸다.

낮에는 짙은 화장으로 미녀가 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대로 생활하다가 밤이 되면 그 짙은 화장을 지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다.

결말 또한 의외다.

슈렉과 피오나는 시종일관 '미녀와 야수'의 캐릭터를 고수한다.

둘은 마침내 결혼식을 올린다.

관객은 당연히 '야수'인 슈렉이 준수한 외모의 왕자로 변하리라고 믿는다.

수많은 동화들이 그래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된다.

피오나가 슈렉처럼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드림웍스가 제작한 '슈렉'은 "디즈니의 불온한 사상을 뒤집은 걸작"으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슈렉'을 본 관객도 "슈렉이 멋진 왕자로 변해야 제대로 된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한 성형외과가 네티즌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얼굴이 예쁜 사람이 사회에서 더 우대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 응답자의 90.8%가 '그렇다'고 답했다.

현대를 개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외모지상주의는 몰개성을 뜻하는 단어다.

모두가 예쁜 연예인들과 같은 얼굴에 날씬한 서구 미인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색깔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말기화한 현대인들의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인관계도 미인 중심의 첫 인상을 더욱 중시하게 된다.

만날수록 사람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예고편처럼 즉물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형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영화 '슈렉'의 결말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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