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활력도시 나고야(1)-위기를 기회로, 산업 구조조정으로 승부수

대구의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비관론'이 있다.

도시를 떠받들어줄 산업기반이 빈약한데다 2004년 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및 부산 양축으로의 집중이 가속화, 중간도시 대구는 '3대도시'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잃는 것은 물론, 대도시로서의 위치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의 1, 2위 지역인 도쿄권 및 오사카권의 지리적 중간 위치인 '넘버 3' 나고야시(市)는 '한국 넘버3' 대구의 잿빛 미래를 보랏빛으로 바꿔볼 수 있는 '희망적 모델'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산업구조 개혁과 도시내부 혁신, 개방화를 통해 '넘버 3'를 넘어 일본열도의 1위 도시를 꿈꾸고 있는 것.

매일신문은 일본 최고 도시로의 도약을 노리는 중부권의 중심도시 나고야 현지 취재를 통해 대구.경북의 희망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움직이는 나고야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 나고야역 바로 곁엔 51층짜리 초대형 쌍둥이 빌딩 'JR센트럴타워'가 서 있다.

주말과 휴일엔 하루 평균 2천여명이 찾는다는 나고야의 명물.

51층 전망대에 오르면 나고야 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지가 별로 없는 평탄지형이어서 시 외곽까지 눈에 잡힌다.

멀리 보던 망원경을 가까이 옮겨보면 센트럴타워 바로 곁 빈터에서 터 닦기 작업이 한창이다.

나고야역에서 불과 50여m쯤 떨어진 곳. 언뜻 봐도 대규모 공사다.

몇 층 공사냐고 물으니 이 곳엔 60층짜리 빌딩이 들어온다고 행인들은 말했다.

1999년 세워진 센트럴타워의 최고층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는 공사.

공사장 옆에 붙은 시공계획표를 보니 일본 최고의 기업 '도요타자동차 사옥 공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나고야시 관계자는 도요타자동차가 도쿄본사에서 수행하던 기능을 이곳으로 옮겨놓게 된다고 밝혔다.

해외영업부 등 핵심 기능이 도쿄에서 나고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나고야가 세계적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핵심부가 된다는 얘기.

나고야역 주변 빈터는 도요타 빌딩 신축 공사처럼 어느 곳 할 것 없이 빈자리마다 건물 짓는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일본이 불황에 빠져 있다는 얘기와는 다른 '역동적 모습'

나고야시는 역세권 주변의 고층 건물 집중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중교통 이용 촉진책을 쓰면 될 뿐, 교통영향평가 등의 건축 규제를 통해 투자유치를 막지 않는다는 것.

취재진이 묵었던 나고야역 부근 선루트호텔엔 아침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외국인 단체 여행객이 가득했다.

비즈니스 차원의 방문객이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물류회사 대표 비 더번 오앵씨는 "30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나고야에 왔다"며 "나고야의 산업용 물류를 견학하기 위해 왔으며 물류 학습은 이 곳이 최고여서 도쿄.오사카 등 다른 지역은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상외로 배울 것이 너무 많아 아침 식사할 시간도 없는 형편"이라며 "3년만의 재방문인데 도시 전체에서 망치 소리가 계속 들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나고야 방문객의 급증은 나고야국제공항을 포화상태로 만들고 있다.

하루 평균 1만4천여명이 이용하는 나고야공항. 이 곳은 일본내 유동인구 이동까지 겹치는 주말과 휴일엔 그야말로 북새통을 방불케 한다.

◇오뚝이 나고야

나고야는 1980년대 들면서 도쿄권 인구집중 현상 심화로 인구수에서 3위 도시 자리를 내놨다.

도쿄 바로 옆에 있는 요코하마(현재인구 340만명) 인구가 급증, 인구 숫자로는 도쿄(1천180만)-오사카(870만)-요코하마 다음에 나고야(219만)가 자리를 잡게 된 것.

이런 배경에는 1964년 고속철 신칸센의 개통이 있었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3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었던 것.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도쿄권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면서 2위 도시 오사카는 물론, '넘버3' 나고야도 기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하지만 나고야는 인근에 도요타자동차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 자동차 연관 산업인 기계와 자동차부품, 전자.전기 산업 등 제조업을 끊임없이 유치하는 방법으로 도쿄권을 제외한 일본내 최고의 제조업 기반지역이 됐다.

외생적 위기를 내부의 노력으로 극복, 넘버3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

나고야시 관계자는 "사실 나고야시는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섬유업이 주종이었다"며 "하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섬유업을 자동차 연관산업으로 빠르게 전환, '산업도시 나고야'라는 슬로건으로 승부하면서 생산력을 통해 도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고야는 중간 도시인 관계로 제조업 본사 비율이 8.1%에 불과, 도쿄.요코하마의 도쿄권(35.7%) 및 오사카권(14.2%)에 크게 뒤지는데도 제조품 출하액에선 전국 대비 15.8%를 차지해 도쿄권(21.8%)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오사카권(13.4%)을 따돌린 것.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에 힘입어 수출액에서도 전국 대비 19.2%를 차지해 도쿄권(41.9%)에 이어 2위다.

오사카는 18.8%로 3위.

나고야시는 공업 발전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라는 도시'가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인구는 비록 소폭이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99년말 216만7천여명이었던 나고야시 인구는 올 해 5월 현재 219만500여명을 기록, 2만명 이상 불었다.

공업화를 기반으로 '떠나가는 도시'를 극복, '찾아오는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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