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 전원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역 산악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재공략에 나서는 박무택(朴武宅·35·대구시 수성구 파동)씨.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칠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등정 성공 여부에 모교와 현재의 자신이 있게 한 동아리의 명예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는 5월20일 개교 50주년을 맞는 계명대가 기념행사의 하나로 추진하는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등반대장을 맡았다. 계명대산악회 재학생 4명과 이 동아리 출신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3월 초순 출발, 개교기념일에 맞춰 에베레스트 정상에 학교 깃발을 꽂을 계획이다.
히말라야의 8천m급 14개봉 중 1·2·3·4위봉(에베레스트·K2·칸첸중가·로체) 등정에 성공했고, 네팔 촐라체봉(6,440m) 세계 최초 겨울 등정이라는 기록까지 갖고 있는 박씨는 대학 1학년 때인 1987년 계명대산악회에 들어가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운동도 되면서 동아리 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산악회를 택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 바위를 타고 저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느끼는 희열에 빠져 공부는 완전 뒷전이 돼버렸어요".
1989년 첫 해외원정에 실패한 뒤 입대해 복무하다 1991년 복학했으나 그의 머리 속에는 여전히 산뿐이었다. 그렇다보니 1994년 2월에는 '가짜 졸업식'도 치러야 했다. 학점 미달로 졸업자격이 안됐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님이 막내아들이 졸업하는 줄 알고 졸업식장에 나오셔서다. 그가 대학 졸업장을 실제로 손에 쥔 것은 그로부터 2년 뒤다.
박씨가 해외원정 등반에서 등정의 기쁨을 처음 맛본 것은 1996년 가셔브룸2봉(8,035m). 같은 동아리 출신 9명이 등반에 나서 그를 포함 3명이 정상을 밟았다. 이후 박씨는 1997년 인도 난다데비 동봉(7,734m) 원정등반에 실패한 것 말고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있었던 6차 차례의 해외원정에서 모두 성공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엔 2002년 5월 올랐다.
박씨는 10차례의 해외원정에서 다시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아찔한 순간이 수없이 많지만 엄홍길씨와 함께 했던 칸체중가에서의 비박(텐트 없이 야외에서 밤을 보내는 것.2000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정상을 눈 앞에 둔 8,500m 지점에서 로프에 의지해 바위턱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으면서 잠들지 않으려고 서로 깨워가며 밤을 보냈어요".
지난 2001년부터 대구 곽병원 부설 등산아카데미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최근 후배 2명과 함께 반월당네거리에 등산용품점을 연 박씨는 '지역 고산 등반의 대표주자'라는 주위의 평가에 대해 "아직 멀었다"고 겸손해한다.
박씨는 두 가지 꿈을 갖고 있다. 자신이 직접 히말라야 8천m급 14개봉에 등반루트를 하나씩 새로 만드는 것과, 후배 산악인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사진:지역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두 번째 등정에 도전하는 박무택씨.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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