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된지도 닷새째가 됐다.
과외 보내랴, 점심 챙기랴, 숙제 치다꺼리하랴, 학부모님들로서는 방학바람에 집안이 전쟁터처럼 된 가정들이 적잖을 것 같다.
갑자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이런 저런 마찰이 생겨날 수밖에 없지만 가장 빈번히 부딪히는 분쟁은 '잔소리'로 인한 마찰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엄마들의 3대 잔소리중 3위는 '일찍 일어나서 밥먹어라'고, 2위는 '제발 방좀 치우고 다녀라', 그리고 1위가 'TV 그만 보고 공부해라'라고 한다.
무조건 책상앞에 일단 앉혀둬야 공부 하게되고 학원에 보내야만 성적과 예능이 더 향상된다는 철석같은 믿음을 갖고있는 것도 지적됐다.
교육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긴 겨울방학동안 어머니가 고정관념의 틀에서 못 빠져나오면 그만큼 아이들은 고달파지고 잔소리와 교육적 조언의 틈새에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게된다.
교육에 관한한 고정관념에 기울기 쉬운 부모님이 새롭게 이해해 나가야 할 점은 겨울방학 숙제 하나만 해도 이제는 세계화되고 실용주의적 교육으로 변해가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독일 어린이들의 겨울방학 숙제가 '괴테의 시(詩) 한수만 읽고 즐겁게 보내기'라거나 1, 2학년의 평소 숙제량은 45분 이내에 다 해낼 수 있는 분량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법(法)으로 정해두고 있는것은 세계화시대의 변화된 교육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교통안전을 위해 학생용 가방에는 반드시 야광테이프를 붙인것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것이나, 초교 3학년에 자전거 면허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도 실용적 체험교육, 과학기술의 생활화 교육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를 말해준다.
전통교육에만 치우쳐 과학기술 우위의 문화가 선진화된 서구인에게 뼈아픈 수모를 겪었던 중국이 오늘날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연 7%의 성장률을 계속 지켜올 수 있게 된 뿌리에는 과학기술인 양성, 다시말해 '세계속으로 나아간' 교육이 있었다.
1842년 아편전쟁 참패 이후 맨먼저 중국이 한 일은 광둥(廣東)지방의 청소년 120명을 미국 코네티컷 주에 유학시킨 것이었다.
140여년전에 시작된 세계속으로 나아가는 교육의 결과, 그동안 100여만명의 두뇌들이 전세계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익혀 귀국, 중국경제 발전의 중심축이 됐다.
중국 경제발전의 싱크탱크인 DRC의 책임 장관은 그들 젊은 두뇌들을 '해귀파'(海歸派=해외 유학 귀국파)라 부른다.
오늘날 중국은 100만명의 해귀파가 13억 인구의 삶의 질을 좌우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1871년 메이지 유신 정부의 새파란 젊은 청년 요원 50명을 2년간 선진국에 유학시킴으로써 선진국의 틀을 잡았다.
한일합방의 숙적인 이토 히로부미도 메이지 유학파 멤버였다.
그들은 프러시아(독일)에서는 육군의 군시스템을 공부하고 영국에서는 의회민주 정치제도를 배웠으며 프랑스에서는 예술의 삶과 가치를 보고, 미국에서는 개혁정신에 기초한 산업 경제 체제를 벤치마킹 해 왔다.
130년전부터 전통적인 안방 교육의 고정 관념을 깨고나간 일본의 세계화교육은 오늘날 히타치의 원료제공 없이는 천하의 삼성전자도 반도체 생산이 안되고 사상최고의 수출 흑자를 내면서도 일본에게만은 168억달러의 무역적자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현실을 낳고 있는 것이다.
외채가 2천500억 달러나 되는 브라질이 단 1년간의 석유수출로 외채를 갚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치게된것도 해외유학파들의 '유전 발견'이 밑거름이 된 경우다.
브라질은 16년전만 해도 자국 기술인력 부재로 미국에다 유전탐사를 의뢰했었고 매번 '유전이 없다'는 거짓 대답만 듣다가 젊은 두뇌의 귀국이 시작되면서 '유전 있음'으로 밝혀져 미국에게 속았다고 믿고 있다.
세계화 교육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유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 오늘날 교육이 안방교육이나 집안 경쟁에 머무는 식의 교육, 이기적인 출세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문제는 행동이다.
다행히 한국도 16만명의 유학생이 해외로 나가있고 초중고생의 '나홀로 유학'도 1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아직 그 정도로 세계화를 꿈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모든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겨울방학동안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세계화에 눈뜨게 하는 변화된 큰 교육의 자극을 주어야 한다.
2004 새해부터라도 다시 한번 세계속으로 나아가는 교육을 골똘히 생각해보자. 13조원의 사교육비를 세계로 나아가는 교육에 투자한다면 예일이나 하버드에 연간 20만명을 내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0년후 200만명의 해외두뇌와 수백만 국내 인재들이 함께 세계 속으로 뛴다면 21세기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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