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팔공산 제천단 '멸실 위기'

통일신라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알려진 팔공산 비로봉(해발 1천192m)의 제천단(祭天檀)이 대구시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점차 훼손되고 주변경관도 오염돼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구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로 구성된 '달구벌 얼 찾기 모임'(회장 이정웅)과 본사 취재진이 지난 3일 관계 당국의 출입 허가를 받아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의 제천단을 조사한 결과, 제천단 주변의 나무들이 상당수 베어져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천단 주변에 설치된 통신 등 시설의 공사때 나온 폐건축자재와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출입이 금지된 철조망을 지나 비로봉을 찾는 일부 등산객들에 의해 제천단 주변의 바위가 낙서로 훼손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까지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제천단을 지난 5월 제천단을 처음 발견했던 이정웅씨(전 대구시녹지과장)는 "대구시와 관계 당국에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시급한 보존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천단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달구벌 얼 찾기 모임'은 또 "지금은 사용을 않는 방송국 철탑이 흉물로 방치돼 비로봉은 물론 제천단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면서 "조만간 철거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사에 동행했던 대구시공무원직장협의회 박성철 회장은 "대구시가 관계 기관과 협의, 범시민적 차원에서 성지를 보존하고 정화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들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팔공산 동화사 상가집단지구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태락(66)씨는 "제왕봉(비로봉) 꼭대기에 마련된 제천단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면서 "제천단 실체를 찾은 만큼 방치해서는 안되고 새해 해맞이 행사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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