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분권 시대' 열리다(1)-그동안 추진과정은

지방분권국민운동(의장 김형기 경북대교수)은 지난달 29일 '마침내 지방분권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선언했다.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등 이른바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하는 성명에서 '지방의 승리'라 부르며 자축했다.

3개 특별법의 입법화는 피폐해가는 지방에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지방살리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3대 특별법의 입법화에 제1 공로자로 평가받는 지방분권국민운동의 분권운동 추진과정과 의미, 3대 특별법 입법화 이후 지방의 역할 등을 짚어본다.

"21세기는 지방분권의 시대가 돼야 합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지방이 연대해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국민운동을 전개합시다".

새 밀레니엄에 대한 호들갑이 시들해지던 2000년 겨울 어느날 대구시 북구에 있는 대구사회연구소(약칭 대사연)에서 김형기 소장이 연구원 10여명을 모아 놓고 한 말이다.

대사연은 당초 2001년 연구소 운영방향을 논의하며 지방분권을 주제로 집중 연구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공교롭게 매일신문도 2001년의 캠페인으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로 정해 지방분권과 지방분산의 필요성을 집중 제기할 계획인 상태였다.

매일신문과 대사연이 만나면서 각각의 연구와 캠페인 계획을 '운동'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의한 셈이다.

지방분권운동은 당시 대구-경북지역에서 용어조차 생소했다.

그래서 대구가 지방분권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두 기관은 △각 지역의 여론주도층과 주민이 지방분권운동을 벌여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간 연대로 수도권과 대립각을 세워가며 운동을 전개하되 △2002년 대선에서 지방분권을 주요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지방이 연대한 국민운동의 시작이었다.

시민운동, 국민운동 등 대부분이 서울에서 시작되거나 서울이 중심이 됐지만 지방분권운동은 시작부터 달랐다.

물론 해양수산부 이전에 관심이 많던 부산이 먼저 지방분권을 외치며 나름의 운동을 펼쳤으나 부산만의 운동이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흐지부지되고 있을 때 였다.

막상 운동을 시작했으나 어려움이 컸다.

각 지역마다 이해가 다르고 운동을 벌일 수 있는 수준도 상이해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가 만만치 않았다.

서울의 무시에 설움도 겪었다.

방송과 전국지 등 언론이 지방분권운동에 무관심해 보도하지 않았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요청하자 몇몇 언론만 참석해 "당신들 뭐하는 짓이냐"는 면박까지 줬다.

하지만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물론 충청, 강원, 호남에 조직이 구축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그 힘은 대선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

유력 후보가 공약 제시를 위해 스크린하니 어느 지역이나 지방분권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보고가 속속 올라온 것.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부처 지방분산을, 민주당은 행정수도이전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리고 각 후보는 지방분권국민운동과 대선 운동기간 중에 '분권 서약식'을 가졌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요 국정과제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지방분권국민운동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이어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서약서에 서명한 뒤 쾌재를 불렀다.

누가 당선되든 지방분권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 것.

노 후보의 행정수도이전 공약을 둘러싼 논쟁으로 자칫 지방분권 서약이 퇴색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때 나왔다.

분권운동의 정치적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분권운동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참여정부에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길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입법화 과정에서 지방분권국민운동의 역할도 컸다.

행정수도건설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가 컸으나 '충청의 힘'으로 돌파했다.

국가균형발전법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도 지방의 단결로 가까스로 억누를 수 있었다.

3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 분권운동가들은 서울 광화문에서 조촐한 자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 모인 각 지역의 분권운동 대표들은 "지방이 단결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이 실천되는 과정에 지방은 다시한번 단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3대 특별법 국회 통과는 완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아직 분권운동은 '절반의 승리' 밖에 이뤄내지 못했다는 합의였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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