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5060이 어때서"

조선의 문과 과거 연속 등과는 압해 정(丁)씨의 9대가 최고 기록이다.

세조 6년부터 숙종 20년까지 한 집안에서 234년 간 문과 합격자를 냈다.

달성 서씨 가문도 연속 7대의 버금가는 기록을 남겼다.

조선과거 총 합격자 1만5천명 중 최연소 기록은 고종3년 별시에 입격한 만13세의 이건창이다.

만14세에 등과한 사람은 모두 15명이다.

요즘의 사법.행정고시 최연소 합격보다 6, 7년은 빨랐던 셈이다.

▲조선시대 과거 최고령 합격자는 80대까지 올라간다.

최고 기록 보유자는 정순교란 인물로 만85세 되던 고종27년에 기로응제시에 합격했다.

기로과(耆老科)는 왕이나 왕비, 대비, 대왕대비가 60또는 70의 나이가 되었을 때 이를 경축하기 위해 치르는 과거다.

응시자격도 60 또는 70 이상자에게만 주어졌다.

요즘의 사법.행정고시 최고령자보다 40년 정도 연상이다.

이외의 고령 합격자를 보면 84세 1명, 83세.82세.77세 각 2명, 76세 7명, 75세 4명이다.

▲동서양 문화를 두(do)와 비(be)의 차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양은 '활동의 문화'를 우선하는 반면, 동양은 '존재의 문화'를 중시한다.

서양에서는 사회제도가 일하는 현직 위주로 짜여진다.

일이 없는 사람은 침묵하고 소외된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일의 유무로서가 아니라, 존재가치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이 없는 서양의 할아버지는 흘러간 물에 불과하지만 동양의 할아버지는 일이 없더라도 경험과 식견이 존중된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런 동양적 기준을 뒤흔들어놓은 사람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 자신 65세에 대통령에 당선돼 '40대 기수론'은 한 때의 정치선전에 불과했다는 자기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는 나이를 기준으로 되고 안되고를 재단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서구화라는 바탕에 문명의 복잡화라는 요인에 보태진 결과가 아닐까싶다.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구세대를 업어내고 자신이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인간 본연의 노소갈등일 수 있다.

▲두(do)와 비(be), 어느 문화가 더 좋은 것일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요즘 일고 있는 고려장 식의 물갈이론은 너무 유치하다.

10년 뒤, 20년 뒤 자신이 똑 같은 이유로 사회로부터 도태돼야 한다고 주장할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그것은 자신의 미래를 부인하는 일이고, 자신의 일부를 부인하는 일이다.

2030들이 인터넷으로 선거혁명을 일으켰지만 그 결과가 5060 아날로그들의 선택보다 나았다는 증거는 없다.

화려한 신진들도 필요하지만, 구닥다리 늙은 쥐들도 필요한 것이 세상의 짜임새다.

나이가 공천기준이 될 수 없다는 소설가 이문열의 한 마디에 덧붙여지는 소회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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