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헌태의 백두대간 종주기 (25)-형제봉 (11)

11.

'자연'이 나왔으니. 중국 불교 운문종과 법안종이 특히 자연에서 도를 깨우치자고 주장했죠. 부처님을 따라야지 왜 자연을 따르는 지. 혹시 자연이 좋아 산과 강을 찾아다니는 '위장 스님'들 아닌가.

운문종을 개산한 운문 선사(864-946). "자아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에 "산에서는 자유로이 배회하고 강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라고 답했죠. 또 "달마가 중국에 와서 전파하고자 한 불법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 봄이 오니 풀이 스스로 푸르르다"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운문은 산수에 나타나 있는 '진여' (불법 진리)를 보라는 것. 선자들에게 자연은 '마음의 방'. 운문은 참선자라면 모름지기 자연의 신령스런 빛에 온몸을 노출시켜 일광욕을 하라고 권유한다. 자연이야말로 깨침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기 때문.

청량문익(885-985)이 개산한 법안종. 법안종 2세인 천태덕소 선사는 "산하대지가 진짜 선지식으로 늘 법문을 하고 있고 시시각각 사람을 제도한다."고 설파했죠. 본선 선사는 "깊은 산 속의 새 우는 소리, 계곡 물에서 뛰노는 물고기, 하늘을 흘러가는 조각구름, 폭포 떨어지는 소리가 네가 득도를 위해 들어가야 할 곳이 아니냐"고 일깨웠다고 해요. 혜달선사는 "어떤 것이 부처의 마음입니까"라고 묻자 "산하대지"라고 답했고. 이들 종교는 '불교'가 아니고 '자연교'구만.

청산녹수가 펼쳐 보이는 산수의 진여를 귀히 여기라는 운문종과 법안종의 가르침이 후일 시인, 묵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죠. 선경 (禪境)과 시경(詩境)의 합일. 물아일여(物我一如)과 직관을 통해 산수를 관조하고 감오하는 대각(大覺). "청산은 붓을 들어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천추에 뛰어난 그림이요. 계곡을 흐르는 푸른 물소리는 줄이 없지만 만고에 빼어난 악기(거문고)다."(靑山不墨千秋畵 碌水無弦萬古琴)"

자연을 통해서도 도를 닦을 수 있구나. 자연이 이렇게 대단한데. 백두대간 종주가 바로 '求道'라는 것이 철학적, 종교적으로 증명이 되었구만. 열심히 다녀야지. 교회 가듯이 절에 가듯이. 이헌태, 말도 잘 만든다. 가족 버리고 주말마다 산에 가는 놈이. 주말마다 우리는 산에가는 게 아니에요 절에 가고 교회에 가는 거지. 죽어도 반성 안하는 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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