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현역 국회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벌써 5명의 의원들이 '뜻'을 접었다.
여기에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 탈락 의원들도 다수 나올 것으로 보여 지역에서 17대 총선에 나서지 못하는 인사들이 10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본선에서 걸러지는 숫자를 제외하고도 총 27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넘는 숫자다.
당장 불출마 선언이 나온 지역구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걸출한 신인이 나선 지역을 제외하면 이들의 경쟁이 '도토리 키재기'라는 인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정치개혁의 주역이고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어느 곳보다 선거 열기가 뜨겁다.
또한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역구에는 현역 의원의 도움을 받기 위한 '충성' 내지 '모시기' 물밑경쟁도 뜨겁다.
◇대구=윤영탁(尹榮卓)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대구 수성을구는 출마예정자들의 소위 '윤심(尹心)'사기 경쟁이 치열하다.
윤 의원이 비록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공천에 미칠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윤 의원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에서 윤 의원 '눈도장' 찍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윤 의원 개인사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최근 윤 의원이 건국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소식이 알려지자 몇몇 예비 출마자들은 난 화분을 경쟁적으로 보내오고 있으며 심지어 윤 의원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는 인사도 있다.
윤 의원측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허심탄회하게 후보 공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당원으로서 총선 승리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신 윤 의원과 경합을 벌였던 전국구 박세환(朴世煥)의원은 당내 유일한 국방전문가, 높은 인지도 등을 내세워 내친 김에 당 공천자로 낙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의원도 60대 중반의 나이가 부담이다.
현승일(玄勝一)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남구도 후보들 간에 유불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현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누가 지구당 공조직을 흡수하느냐 여부가 한나라당 공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구는 중.남구 통합대상 지역이어서 중구의 백승홍(白承弘) 의원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현 의원 불출마 후 남구가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부각될 여지도 많아 신인들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경북=박헌기 의원이 자리를 비운 영천에는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문덕순 전 도의원과 이덕모 변호사의 양강 구도에 이동근 박 의원 보좌관이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박 의원에 비해 약체라는 것 역시 한나라당 주변은 물론 현지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래서 거물급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
이들과 경쟁을 벌였던 김섭 변호사는 열린우리당에 입당, 한나라당 후보와의 본선 대결을 준비 중이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박재욱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산.청도도 여야를 통틀어 10명 가까운 예비후보들이 나서 저마다 '포스트 박재욱'의 적임자라는 점을 외치고 있다.
일찌감치 형성된 정한태(용암온천 회장)-조건호(변호사)-최병국(새천년연구원장) 3강구도에 박 의원 조직의 지원을 업은 이경호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대변인이나 최연소인 김성하 도의원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히 이곳에는 열린우리당에서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영입설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데다 고령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김찬우 의원의 청송.영양.영덕 지역구는 가장 변수가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표밭을 갈고 있는 많은 예비후보들 가운데 선거구 조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더라도 출마를 한다는 후보가 반이 안된다.
현 상황만 놓고 볼 때는 강석호 삼일그룹 회장이 앞선다.
김종웅 지구당 부위원장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남효채 경북부지사와 신용길 변호사도 거론된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비리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주진우 의원의 성주.고령은 인구가 훨씬 많은 칠곡과 합쳐진다는 점에서 불리해 보인다.
또 칠곡에 현역 이인기 의원이 버티고 있는 점도 걸린다.
조창래 전 대구경찰청장이 주 의원의 빈 자리를 노리고 있다.
정창화 의원이 물러난 의성.군위 선거구의 경우 김화남 전 경찰청장, 김동권 전 의원, 김재원 변호사 등 3명의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세대교체의 흐름 등으로 볼 때 김 변호사가 유리한 형국이다.
그러나 선거구 유지가 힘들어 청송과 통합될지 아니면 영덕.청송과 함께 선거구를 유지할지가 미정이어서 선거구도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사진: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에서 홍사덕 총무가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대통령 탄핵관련 발언에 대해 적극 지지하며 함께 공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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