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여성 신년교례회 씁쓸

"여성들이 들러리입니까?"

지난 6, 7일 각각 열린 대구, 경북 여성 신년 교례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게 들렸다.

여성이 주최인 행사에 남성들이 너무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불평이었다.

특히 대구 여성 신년 교례회는 부부 동반으로 수행원까지 대동한 정치인들이 부쩍 늘어 선거철임을 실감나게 했다.

그런데 기관단체장, 국회의원, 시의원 등 내빈 소개가 지루하게 계속되자 박수 치는데 지친 여성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평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초 행사를 준비한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시대도 많이 바뀌었으니 불필요한 내빈 소개는 간단히 줄이기로 계획했으나 결국 내빈 소개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행사가 다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뜬 많은 정치인들은 뒷모습도 아름답지 않았다.

여성 회원들이 참가비를 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고 남은 돈으로 마련한 작은 기념품을 알뜰하게(?) 챙겨간 것이다.

수행원들이 국회의원의 것은 물론 자신 몫까지 챙기기도 했고, 이를 모르고 직접 받아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참가비를 내지 않은 건 물론이다.

그래서 행사를 마치고 나온 일부 여성 인사들은 아예 기념품 구경도 할 수 없었다.

경북 여성 신년 교례회도 우여곡절을 겪기는 마찬가지었다.

행사 진행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한 남자 내빈이 큰 목소리를 내 행사를 다시 시작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여성의 행사에 남성들이 많이 참여하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자세는 좀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차분하게 덕담을 나누며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는 신년 교례회의 모습이 아쉽다.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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