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넘버3의 반란'활력도시 나고야(3)-산업을 도시상품으로

나고야시는 일본내 손꼽히는 고도(古都)지만 의외로 볼 것이 없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군수품 공장이 많았던 탓에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을 당해 대다수 유적이 파괴됐던 것.

하지만 나고야시는 자랑거리인 산업시설을 내세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산업을 관광과 결부시켜 도시의 대표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신칸센 개통으로 도쿄 일극 집중이 가속화됐지만 나고야는 '산업관광'을 통해 주목받는 도시로 재도약하고 있다.

◇나고야의 랜드마크

나고야에 가면 노리다케 공원이라는 '명소'가 있다.

관광안내지도마다 가볼만한 곳으로 노리다케 공원을 꼽고 있다.

신칸센 나고야역에서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노리다케 공원이 나온다.

일본 특유의 오밀조밀한 조경, 게다가 갤러리와 산책로까지 조성돼있다.

연간 55만여명이 이 곳을 찾는다.

나고야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스케치 여행차 이 곳에 왔다는 이사오 다케시다씨는 "조경이 너무 아름다워 스케치동호인들에게는 유명한 명소"라며 "외국인 친구들이 일본에 오면 꼭 노리다케공원에 데려온다"고 했다.

이 곳엔 다른 공원과 달리 20세기 중반까지 나고야에서 가장 높았다는 굴뚝 잔해가 그대로 보존돼있다.

이 곳이 공장터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흔적. 일본 최고의 요업제품 생산업체인 노리다케사(社)가 공장을 옮기면서 이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노리다케사는 1904년 이 곳에서 창업한 뒤 1970년대 중반부터 싼 지가와 노동력을 찾아 규슈 및 스리랑카.필리핀 등 국내외로 공장을 옮겼다.

노리다케사는 공장이 완전히 옮겨간 뒤인 1990년대 후반 25억엔(우리돈 26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 2001년 가을 공원으로 바꿔놨다.

향후에도 자금을 더 마련, 공원내에 시설물을 하나 더 지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도심의 노른자위 땅이라며 아파트를 지은 뒤 엄청난 차액을 남겼을 터.

노리다케공원 부근엔 또 하나의 산업 명소가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설립, 운영하는 산업기술기념관.

이 곳은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직기발명가 도요타 사키치가 직기 연구를 했던 곳. 도요타자동차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요타자동차 그룹은 1982년까지 도요타차의 생산공장으로 쓰던 이 곳을 6년여의 공사끝에 자동차 및 직기기념관으로 바꿔놨다.

물론 도요타그룹의 비용부담이었다.

일본내 많은 기업들이 유휴자산을 처분하기 바쁘지만 도요타그룹은 이 곳을 시민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덕분에 도요타자동차의 카이젠(改善)을 공부하려는 외국인 연수생들이 매년 1만5천여명이나 나고야에 머무른다.

전체 면적이 무려 4만㎡에 이르며 신칸센 나고야역의 역세권이라 처분하면 충분히 큰 돈을 만질 수 있었지만 도요타자동차는 이를 포기하고 27명의 직원까지 파견, 이 곳을 기념관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기업.시민.지방정부의 조화

나고야시내 주요 공장터가 공원으로 바뀌는 등 공장이 관광상품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기업의 결단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나고야시민들과 지방정부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노리다케사가 공장 후적지에 공원을 조성키로 하자 시민들이 들고 있어났다.

뭔가 보탤 것이 없느냐는 것이다.

나고야 시민들은 '노리다케 공원 펀드'를 만들었다.

펀드를 조성, 노리다케 공원에 심을 나무를 시민들이 직접 구입하자는 것이었다.

실제 노리다케 공원에 가면 공장을 허물때 나온 벽돌을 이용, 쌓아놓은 벽에 수십개의 접시가 걸려 있다.

그리고 접시에는 1천여명에 가까운 이름이 씌여져 있다.

노리다케 가든 펀드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이다.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스즈키씨는 "나고야 시민들이 직접 심은 나무들이라는 생각때문에 이 곳에 더욱 애착이 간다"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접시에 씌어진 이름에 대한 사연을 궁금해하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나고야 시민들이 보여줬던 협력의 결실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란다"고 했다.

나고야시와 나고야 상공회의소는 이같은 바탕위에 산업관광추진회의까지 만들어놓고 있다.

제조업 중심 도시 나고야를 제조업 관광도시로 승화시키자는 것.

이런 노력 덕택에 나고야시에는 기업들이 스스로 만든 박물관이 24개나 된다.

은행엔 화폐자료관을 갖추고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을 특화, 관광코스로 쓰일 박물관을 만들어놓은 것.

나고야상공회의소는 수시로 산업관광 간담회를 열고 관광객 방문 실적을 교환한다.

어떤 입장객이 들어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느냐는 등.

나고야시 관계자는 "나고야의 밑천은 제조업이지만 이 제조업이 최근엔 관광상품으로까지 역할하고 있다"며 "'도심 공장이 빠져나가면 어떡하나'라는 위기감에만 사로잡혀있지말고 기업과 시민, 지방정부가 합심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설명) 나고야는 떠날 수 밖에 없는 공장을 붙들기보다 어떻게 후적지를 활용할까를 먼저 생각했다. 덕분에 나고야의 공장 후적지들은 산업관광자원이라는 새로운 얼굴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요업공장이 공원으로 변신한 나고야시내 노리다케 공원. 박순국기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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