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규모가 720만평(1~4단지)에 이르는 구미공단은 세계적인 첨단기술이 집적화된 전자 산업단지다.
따라서 구미공단의 위축과 쇠퇴는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의 손실로 이어진다.
때문에 구미공단을 둘러싼 각종 산업 인프라의 업그레이드는 곧 국가의 경제적 정책과제로 귀결된다.
▨막대한 물류비 절감효과
구미공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내륙공단이며 수출공단이다.
구미공단에서 부산항 등 수출항까지 이르는 물동량 이동은 80, 90% 이상 경부고속도로에 의존한다.
교통인프라 구축이 공단의 미래를 좌우하는 셈. 대동맥격인 경부고속도로 동대구~구미(60.8㎞)간 8차로 확장공사가 착공 6년만인 지난달 23일 완공 개통됐다.
아울러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연말에 완공되면 구미공단은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는다
앞으로 구미에서 수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트럭이 경부고속도로 구미쪽에서 하행선으로 달리다 동대구 톨게이트 지점 조금 못미쳐 나타나는 도동IC에서 빠져나와 포항을 거쳐 영일 신항만으로 곧장 내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구미~대구~포항이 하나의 벨트로 묶인다는 뜻이다.
지난 7월 건설교통부와 교통개발연구원은 지난 2001년 한해동안 운송.보관.하역.포장 등 물류활동을 하는데 들어간 총경비인 '국가 물류비'가 67조5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4%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본(9.59%), 미국(9.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 91년 12조8천억원에 머물렀던 연간 수송비 부담은 매년 13.3%씩 증가해 2001년도에 44조9천억원에 달해 전체 물류비 가운데 수송비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기관들은 구미~대구~포항간을 잇는 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될 경우 수송비 등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절감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8차로로 확장 개통된 구미~동대구간의 경우 운행시간이 종전 54분에서 36분으로 무려 18분이나 단축되는 등 연간 1천350억여원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전망이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주행시간이 종전 1시간20분에서 40분으로 절반 가량 뚝 떨어지고, 경부.중부내륙.중앙고속도로 등과 연계망을 형성해 연간 2천600억여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기대된다는 내용도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미에서 국도로 포항, 영일만 신항까지 가는데 4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1시간30분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물류비용도 구미~대구, 대구~포항구간을 모두 합쳐 연간 약 4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2의 도약 구미공단
앞으로 구미공단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또 국가경제에서 구미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인지, 전성기인 70년대 후반~80년대보다 더 높은 성장을 구가할지 관심거리다.
올해 구미공단은 약 34조원 어치를 생산해 이 가운데 203억달러(24조원) 어치를 수출했다.
단일공단으로서는 처음으로 연간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 전체 수출액의 11%, 수출흑자의 85%를 점하는 등 수출 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지난 1974년 7천900만달러로 시작된 구미공단의 수출 역사는 1980년 8억달러, 1990년 29억7천달러로 성장했고, 1993년 51억달러를 거쳐 거의 10년 만인 올해는 무려 4배인 200억달러대로 급성장했다.
우리 경제를 사실상 구미공단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구미공단은 지난 1990~1994년까지 연평균 12.5%씩 성장했고 1995년부터 연평균 18%의 고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LG필립스LCD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LG전자의 PDP TV 등의 호황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박광석 중부지역본부장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구미~대구 권역과 환태평양 경제권의 전진기지인 영일 신항만을 연계하는 신속한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촉매로 어느 때보다 구미공단의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일만 신항 조기건립 관건
그러나 문제는 영일만 신항이 별탈 없이 조성돼 구미공단 수출물량 90%를 처리하는 부산항을 대신하는 지역내 외항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실례로 지난해 5월, 9월 두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때 구미공단의 삼성.LG.대우 등 업체들의 수출물량이 한꺼번에 부산항으로 밀리는 바람에 하역과 선적작업이 완전히 마비되는 물류대란을 겪어 약 1천억원대의 물류피해를 입었다.
이때부터 구미공단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수출입 업체들은 유사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포항 영일만 신항 건설을 서둘러 이용가능한 항만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1998년 정부의 '중점투자 대상 항(港)'에서 '지속투자 대상 항'으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공기연장과 사업규모 대폭 축소 등으로 향후 구미공단의 배후항 내지는 교역거점항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다.
구미상공회의소 곽공순 신규사업팀장은 "영일만 신항이 국제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해 선사들이 찾지 않을 경우 구미공단으로서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곽 팀장은 "지난 물류대란 때 부산항이 국제적 물류항으로서의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차이나 쉬핑'사가 기항지를 부산항에서 중국으로 옮기는 바람에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경북 서부권 동반상승 기대
지역의 산업경제 측면 못지 않게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는 구미.김천.칠곡.상주 등 경북 서부지역 주민들과 포항.경주.영덕.울진 등 동해안 지역과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현재 구미공단에서 영덕까지 국도를 통한 소요시간은 약 4시간. 때문에 지금도 적잖은 구미지역 주민들이 여름휴가때 거리는 더 멀지만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영덕, 울진 등지로 간다.
구미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영주를 찾는 관광객이 3배나 증가한 사례에 비춰볼 때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내년 여름부터 동해안 피서 경기가 한층 좋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조 국장은 또 "도로여건 개선과 함께 기업체.관공서의 주5일 근무제 확산, 내년부터 학생들의 월 1회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각 시.군은 이에 맞는 소득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정부는 국내 최대 내륙단지인 구미공단이 수출물류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으로서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영일만 신항의 사업규모 확대와 사업의 조기완공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구미시가 독자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대구와 포항 등이 함께 교통.교육.문화.레저 등 각종 도시인프라를 공유해야 한다"며 "나아가 구미~대구~포항 라인에 우수 인재 유인을 위한 국책연구소, 첨단연구소 설치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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