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링컨과 노무현의 차이

혹 집에 벽시계가 없는 분은 지금 당장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라. 그러면 '노무현 벽시계' 한개쯤 공짜로 얻을지도 모른다.

오는 26일까지 응모가 가능하다.

경품 퀴즈 문제도 '골든벨' 문제처럼 난이도가 별 4개쯤 되는 어려운게 아니다.

그저 대통령 군번 같은거나 영부인이 방문한 도시 이름 맞히기 같은 문제들이라니 '미니 로또' 하는 셈치고 재미삼아 한번쯤 해볼만 하다.

노 대통령 사인까지 들어 있다는 벽시계가 500개나 걸려 있다는 퀴즈행사를 본란에 거론하는 것은 야당주장처럼 사전선거운동 아니냐는 고까운 정치적 시비를 하자는 뜻이 아니라 마침 퀴즈문제중에 '노대통령의 저서 알아맞히기'가 있다기에 정답하나 알려 드릴겸 책 얘기 하나 해볼까 해서다.

더구나 최근 장.차관과 일부 정부부처 공직자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이 추천한 책 읽기 바람이 불고 있고 어떤 부처는 직원 워크숍에서 추천도서 독서토론회까지 했을만큼 대통령의 저서나 추천도서가 화제가 되고 있어서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 대통령이 가장 최근년에 펴낸 책의 제목이다.

이책은 서문에서 썼듯이 그가 링컨을 김구 선생보다 더 높게 평가하게 된 이유와 링컨의 어떤 점에 감동했는지를 쓰고 있다.

필자는 책속에 나타나는 노 대통령의 링컨에 대한 인간 분석과 감상 내지 정치적 평가의 선(線)을 들여다 보면서 책을 쓴다는 것과 실천적 행동의 자기 변화 사이에는 흔히들 거리가 생겨나기 쉽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생각케 된다.

덧붙여 그처럼 존경하고 본받고 싶었던 링컨이었다면 왜 좀더 철저히 본받고 유연하게 벤치마킹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링컨과 노무현이란 두 인물의 공통점 중 하나는 변호사 시절 도전적 비판과 공개된 논쟁(토론)을 좋아했다는 점일것 같다.

원래 링컨은 늘 남을 비판하고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다 내고 길거리에 뿌리고 다니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날 쉴즈라는 정치인을 공개비판 했다가 결투신청을 받게됐다.

팔이 긴 링컨은 유리한 기병대 장검을 무기로 선택하고 웨스트 포인트 출신 장교에게 교습까지 받았지만 결투가 처음인 그로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위기에 빠졌다.

운좋게 결투장에서 중재가 돼 목숨을 건진 링컨은 그날 이후 암살될때까지 어떤 경우라도 남을 비판하거나 '네탓'을 주장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도 저서에서 링컨이 '남을 심판하지 말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고 한말이 '큰 감동을 주었다'고 쓰고 있다.

또한 링컨이 정치적 상대를 '적'으로 몰아세우지도 않았고 선이니 악이니 하는 말로 서로를 '갈라 치지'도 않았으며 '화해'와 '용서', '관용에서 나온 국민통합'을 주창한 점이 부럽다고도 썼다.

주목할 점은 링컨이 역대 미 대통령 41명중 1위로 추대 받은 평가항목이 바로 '정직과 도덕성'이 었고 노 대통령도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자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저서에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위인전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위인의 족적을 통해 성공된 자기 인생의 이상적 모델을 벤치마킹하려 한다.

그러나 막상 살아가면서는 자신이 꿈꾼 위인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생각과 행동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노 대통령의 경우는 어느쪽일까. 책을 쓸때는 링컨의 정직과 도덕성을 말했지만 자신은 측근들이 썬앤문의 돈을 받은 당일에도 떳떳한 대통령, 돈안받는 대통령임을 강조하고 다녔다(보도). 열린 우리당조차 그의 도덕성을 놓고 '부끄럽고 실망스럽다'며 공개 비판했다.

개혁을 말하는 그에게서조차 책 쓰는 것과 실천적 행동 변화 사이의 거리가 나타난다는 진리를 예외없이 보게되는건 씁쓸한 일이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링컨이 보여준 자기 변화(남을 전투적으로 비난하지 않는)가 노무현에게는 여전히 '공직사회가 언론에게 포위됐다'거나 검찰을 '갈아먹을 수 있었지만…'이라는 식의 전투적 용어를 버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링컨이 보여준 관용과 화해의 국민통합이 노무현 정권에서는 보수에 대한 시민혁명론 같은 걸로 나타나고 갈라치기식으로 분열돼 가는 것 같아서 더더욱 그렇다.

링컨과 노무현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추앙자의 모습과 위인의 모습이 이토록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인가. 청와대 벽시계 인터넷 퀴즈문제에 대통령 군번 대신 바로 그런문제를 내본다면 링컨을 제대로 닮은 노 대통령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해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이 링컨을 뛰어넘는 좋은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본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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