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탄절에 꼭 선물을 주고싶은 불쌍한 사람이 우리 주변에 누구인지 생각해 볼까요".
지난 해 성탄을 준비하면서 우리 교회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끼리만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좀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여자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목사님, 목사님, 저 있어요". 6세인 주영이다.
"우리 엄마요". 대답이 거침없이 나온다.
"우리 엄마요. 참 불쌍해요. 맨날 맨날 일만하고요, 아버지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면 다 해야 돼요. 그래서 참 불쌍해요". 같은 나이인 의영이도 질세라 거든다.
"우리 엄마도 그래요". 근데 조용한 소리가 들린다.
"엄마들은 다 그렇잖아". 1학년을 마친 봉수, 꽤나 점잖은 목소리로 세상이 다 그렇다는 투다.
아이들의 부모를 몰랐다면 참 불행한 가정이구나, 했을 거다.
하지만 이들은 교회에서도 누구나 다 인정하는 행복한 부부들이다.
서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보기에 참 좋은 사람들인데도 아이들의 눈에는 일방의 불리함이 보여졌나보다.
이 아이들이 살 세상을 그려보면 좀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들이 보는 눈으로는 지금 우리가 부러워하는 수준은 용납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만하면 그래도 행복하고 그래서 됐다'라고 할 수도 있는 가정의 평등구조가 이들에겐 도무지 용서가 안되고 있으니 한편 그들 앞에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한편 든든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겪는 불평등과 차별이 가차없이 쓸어내어지는 세상이길 바란다.
그래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보수적 잔재가 이들 세상에서는 자리잡지 못하게 되길 바란다.
정의롭고 평등한 삶이 자연스런 아이로 키우는 일은 우리가 모든 것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지금 그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장금교(대구 만남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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