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 대목장은 설날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도 큰 대목이지만, 설날에 비하면 작은 편. 올 설은 한국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할리우드 '페이첵',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 등 볼만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돼 경합을 벌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시내 극장이 많이 바뀌었다.
멀티플렉스(거대 복합관)로 전환되면서 명절의 극장 풍속도도 예전과 다르다.
지금도 60, 70년대 극장풍경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셀 틈이 없어 돈을 박스에 담아 갔다', '동전은 자루에 넣어 쌓아두었다' 등 극장의 일화도 많다.
요즘으로 치면 말이 안 되는 일도 부지기수. 몽둥이를 들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며 막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인가. 그래도 흑백TV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던 그때는 명절날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최대의 낙이었다.
설날 극장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표를 구입하려고 극장 앞을 길게 늘어선 줄이다.
성룡영화를 보기 위해 한일극장에서 대구백화점까지 추워도 몇 시간씩 줄 서 기다렸다.
입석이라도 있으면 감지덕지. 여윳돈이 있으면 몇 배를 주고 암표를 사기도 했다.
요즘은 인터넷 예매가 생활화되고, 한 영화가 여러 극장에서 분산 상영되기 때문에 이런 풍경은 사라졌다.
관객층도 달라졌다.
요즘은 20대 이하 또래와 연인들이 대부분이다.
차례를 지내고 일가친척들과 극장을 찾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영화관 시설이다.
과거 1천 석 규모의 대극장도 있었지만, 지금은 200석에서 400석 규모의 중소극장이 대부분이다.
사보이, 오스카, 신도 등 동네마다 있던 재개봉관도 모두 사라졌다.
단관 시절을 겪은 중년층이 가장 낯설어하는 풍경이 극장 안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시설이다.
복잡한 극장 안 내부 구조도 어색하다.
지금은 한 회에 한해 한번만 관람 가능하고, 영화 상영 도중에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10대, 20대의 젊은층은 한 극장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현금 없이 할인카드와 마일리지 카드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멀티플렉스형 극장을 선호하고 있다.
극장의 낭만이 없고 각박해졌다는 이들은 옛 설날 극장가를 추억 속의 풍경으로 묻어둘 수밖에 없게 됐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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