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의 잔인한 정복자 헤르만 코르테스와 가톨릭교도 스페인 사람들은 아즈텍에 도착하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그곳의 종교가 자신들의 종교와 너무 비슷했던 것이다.
아즈텍에는 영혼의 상승 단계를 묘사한 피라미드 모양의 높은 신전이 있었다.
열세개의 천국과 고통받는 영혼의 아홉 지옥이 있었으며 맨 위에는 인간의 생각과 관념을 넘어선 최고신이 있었다.
뱀과 관계되고 처녀에게서 태어났으며 죽었다 부활하고 십자가로 상징되는 구원자도 있었다
세계 곳곳 모든 문화에서는 처녀 수태나 성육신, 죽음과 부활, 재림, 심판 등 동일한 신화의 모티브가 반복된다.
인도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넘칠 정도이고 불교와 자이나교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이집트의 오리시스 신화, 메소포타미아의 탐무즈 신화, 시리아의 아도니스 신화,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는 모두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와 유사한 모델이었다.
왜 전 세계의 신화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할까. '신화의 전도사'라고 불리는 조지프 캠벨(1904~1987)은 이를 두고 "신화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심상을 외면화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캠벨이 지은 '신화와 함께 하는 삶'(원제 : Myths To Live By/이은희 옮김.한숲출판사 펴냄)은 신화에 대한 그의 생각이 총집약된 책이다.
캠벨은 '신화가 원형적 개념, 즉 보편적인 형태로 모든 사람의 가슴속 깊이 존재하는 사고 형태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믿은 정신분석학자 칼 융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형'이란 일종의 집단적인 표상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리킨다.
캠벨에게 있어 신화를 소중히 하고 계속 살아 있게 하는 사회야말로 인간 정신이 가장 건전하고 풍요로운 사회이다.
그는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개인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서양과, 살아있는 존재는 육체를 입고 벗는 이주자라고 보는 동양적 인간관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캠벨은 현재 서양의 종교가 대단히 무질서한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상징화된 신화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그릇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신은 모든 개념을 초월한 궁극적인 신비를 갖는데, 신을 인격화시켜 생각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나 알맞은 종교 양식이라는 도발적인 주장도 편다.
신화는 인간의 삶과 정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이 캠벨의 믿음이다.
그는 동서양의 신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신화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신화의 믿음 위에 과학의 결실을 더하면 지금까지 인류에게 도움을 주었던 지혜로운 전설을 간직하고 다음 세대에 현명하게 물려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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