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삽살개 보존사업 포기에 우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은 고락을 함께한 동물도 많다.

용맹한 호랑이가 그렇고 장수와 행운의 상징인 거북, 학, 사슴 등등…. 어쩌면 이제는 전설속에 묻혀야 할 만큼 귀한 존재들이다.

그들과 함께 빠질 수 없는 토종 삽살개가 있다

삽살개는 해질녘 동구밖까지 나와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주인을 맞이하던 털복숭이 개다.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오는 개라고 신성시하여 대문에 큼지막한 문배도를 그려 붙였으며 전래민요 곳곳에 네눈박이 청삽사리를 노래하고 있다.

초가지붕을 닮은 머리에 해학적인 혓바닥을 내민 모습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은은한 미소를 짓게 하는 여유로움을 준다.

순하고 영민하며 약자를 보호하고 불의에 항거할 줄 아는 용맹한 개다.

긴 털 외투를 입고도 불평없이 여름을 보내고 밤새 내린 수북한 눈을 털며 당당히 꼬리치는 강인한 개다.

일제시대에 군수물자로 이용돼 가죽과 고기로 수탈당하여 멸종의 위기를 겪었던 개가 각고의 노력끝에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다시 우리곁에 우뚝 서 있다.

삽살개는 당당한 신라왕족견으로서 시발하여 전국 방방곡곡에까지 퍼졌던 개다.

지역 어르신들은 구미시 해평면 길가 의구총의 주인공이 삽살개라고 입을 모으신다.

진도군에서는 진돗개로 문화적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고 임실군에서는 오수개 프로젝트에 수십억의 거금을 쏟아부으며 민.관.학이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사행심 높은 사업에만 매달려 훌륭한 문화자원을 소홀이 여기고 국가와 경북도의 지원금마저 반환했다는 경산시의회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와 태만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경산시의회는 또다시 삽살개를 두번 멸종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정태헌(구미시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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