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열의 성의보감-AIDS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처럼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속성은 한마디로 '인간의 육체를 외부 방어 능력으로부터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임이 밝혀졌으며 그 실체가 규명된 것도 벌써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AIDS는 감염자의 혈액과 정액, 질분비물, 모유와 같은 체액 등을 통한 직접 경로로만 옮겨질 뿐이다.

일본뇌염처럼 숙주모기가 있어 옮기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오염된 혈액을 잘못 수혈받았거나 모유수유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감염은 문제있는 정액이나 질분비물 등 체액이 그릇되게 오고가는 경로를 통해 옮겨진다고 봐야한다.

즉 정상적인 성교 방법을 포함해서 구강, 항문 성교, 구강내 점막손상을 줄 수 있는 깊은 입맞춤 등이 그렇다

특히 남성 동성애자들의 항문성교의 경우 정상적인 남녀간 성교에 비해 직장 점막의 손상이 많이 발생하고,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 찢어질 확률도 높다.

게다가 성행위 상대가 자주 바뀐다면 산술적으로 감염자와의 접촉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성생활 패턴이 그런 사람들은 AIDS 외의 성병의 빈도도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의 환자 발생 추이나 역학 조사결과를 보면 예전에 비해 동성애보다는 이성간의 성접촉에 의한 발생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 우연히 이런 상황에서 감염된 사람이 정상적인 가정생활로 돌아갔을 때는 자신도 모르는 무증상 시기에 배우자와 자녀에게 질환을 넘겨주는 비극적인 일도 발생가능하다.

따라서 건전한 성생활을 영위하는 성인남녀뿐만 아니라 유소아에 이르기까지 AIDS로부터 온전히 안전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또 하나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AIDS 환자로 진행하거나 나아가서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몸속에 이미 들어온 HIV를 박멸하는 약이나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힘으로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여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약제가 있기 때문에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완치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고 할 수 있다.

설마 그런 곳에 한눈을 팔았을까 싶을 정도로 영민하고 침착하게 생긴 20대 대학생 환자가 있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있었던 그 날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AIDS 감염 공포에 시달린 그 환자는 결국 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정신과적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황폐해져 버렸다.

무분별한 몸가짐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병들게 한다.

탑연합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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