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趙대표 대구출마 '대구 票心 시험에 들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대구행 선언은 추락하고 있는 민주당에 날개를 달기위한 '극약 처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정동영(鄭東泳)이란 젊은 의장이 등장한 이후 민주당의 지지도가 3위로 떨어진 것이 폭탄선언의 단초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과 장성민(張誠珉) 청년위원장 등 소장파들이 호남물갈이론을 주창하고 있으나 한화갑(韓和甲)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 등 호남 중진들이 꿈쩍도 하지않고 기존 호남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것이 그를 답답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최근에는 지지도 하락 등을 문제삼아 대표 책임론이 솔솔 나오고 있는 점에 조 대표가 부담을 느껴 돌파 방법으로 대구행을 결단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미스터 쓴소리란 그의 별명에서 보듯 진정 지역주의를 깨고 싶은 순수한 열정에서 대구행을 결심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평소 그의 스타일로 볼 때 다른 정치인의 정치 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정작 조 대표는 잃을 게 없어 보인다. 우선 흔들리던 당이 일순 안정을 찾고 있다. 그의 용단에 대해 '고뇌의 결과물이자 너무도 신선하다'는 것이 당의 주된 반응이다. 사즉생(死卽生)이라며 스산하기까지 했던 당에 아연 활기가 돌고 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2만볼트짜리 국민 감동의 현장이었다"고 조 대표의 대구 선언 장면을 묘사했다.

69세의 나이에 5선인 조 대표는 또 대구에서 당선되든 낙선하든 이번 선택으로 당의 리더로 확실한 자리 매김하는 부수 효과도 거둘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지역구를 그대로 고수한 가운데 총선을 치러 패배하면 당연히 책임론이 나오고 그가 이를 견뎌내기 힘들었을텐데 앞으론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 이상 롱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대표가 솔선해 가시밭길을 선택함으로써 물갈이론에 휩싸여 있는 호남중진들도 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남 순천 출신의 김경재(金景梓) 의원이 수도권행을 밝혔다. "거치른 황야에서 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겠다"고 서울행 변을 밝혔다.

서울 양천행 소문이 돌고 있는 동교동계의 좌장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도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를 버려야 할지 모른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 의원도 공교롭게 20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했다. 조 대표의 선택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김 의원은 "부족한 제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진솔한 모습으로 목포 시민 여러분께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정작 곤혹스러워진 것은 대구 지역 정치권과 유권자들이다. 조 대표의 정면승부에 어떻게든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선친의 대구 인연을 강조하며 "위대한 대구시민은 반드시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실 것으로 저는 굳게 믿는다"고 했다. 종래의 지역구도를 대구 시민이 깨어달라는 주문이다.

지역 정치권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공중 분해 위기에 몰리자 대구가 알아서 하라고 생떼 쓰는 꼴과 같다"며 그의 대구행 폭발력의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구가 지역주의 타파의 시험 무대가 된다는게 부담스럽고 한편으론 기분나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는 분위기도 돌고 있다.

어쨌든 조 대표의 폭탄 선언으로 대구가 총선에서 가장 큰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대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20일 새벽 서울역에서 상임중앙위원 및 당직자들과 함께 대구행 열차 탑승을 위해 차타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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