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나라당이 최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선언 다음날인 20일 당직자들을 대거 이끌고 대구 공략을 시작했으나 지역 한나라당은 무기력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대표 출마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파괴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처 대신 그저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까지 하고 있다.
조 대표가 세몰이를 시작한 이날 한나라당도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이날 대구시지부의 회의 결과물은 조 대표 대구 출마를 비난하는 보도자료 한 건이 고작이었다.
이해봉(李海鳳) 시지부장은 자료에서 "민주당은 이번 총선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 양자구도로 치러질 것을 우려해 당지지도 만회 차원에서 정치도박을 한 것"이라며 "이는 250만 대구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정치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지부장은 당 공식 논평에서 자신의 입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엿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구를 대표하는 시지부 위원장 지역인 달서을로 나와 대구시민의 심판을 당당히 받아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조 대표의 출마지역과 관련해 달서는 고려대상에 넣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날 저녁에 열린 부위원장단 회의에서는 지역주의에 안주하려는 한나라당의 구태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직자들은 이자리에서 '대구가 무슨 핫바지냐', '대구에 인물이 그렇게 없는 줄 아느냐', '연고도 없이 뻔히 낙선할 줄 알며 무작정 출마해 모든 책임을 대구의 지역주의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 등 조 대표 성토로 일관했다.
조 대표 출마 선언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 진지한 고민과 당차원의 대책마련과는 거리가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지역 파고들기에도 속수무책이다.
열린우리당이 참여정부내 지역출신 고위공직자들을 모두 내세워 지역 공략에 나서면서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지역 밀착형 정치로 지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지역 지도부는 거의 '먼 산의 불보듯'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백승홍 의원의 탈당, 공천갈등, 조 대표의 출마 등 악재가 겹치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현역의원과 당 신진인사들이 공천시작부터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나 대구출신 중진의원과 대구시지부 당직자 등 갈등해소를 위한 제스처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설연휴 직전 현역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 것을 계획했지만 절반정도만 참석하는 등 내부 단결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대구와 경북 한나라당에 제대로된 지도부가 있느냐"며 정치지도력의 부재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지역 출마를 두고 대구시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민들이 오히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어 자칫 역풍이 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