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원 30명 중기, 세계적 기업 눌렀다

섬유기계 방사설비 전문벤처 세기테크(주)〈www.segitech.com〉는 지난 해 8월까지 6개월간 '스판덱스 와인더'를 재개발, 중국시장에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2월26일 1차분 180만 달러어치를 선적했고, 전체 수출계약 물량은 무려 800만 달러(약 92억원:720대)에 달한다.

직원 30여 명의 중소기업인 세기테크 직원들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세계 스판덱스 와인더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 무라다사 제품보다 가격을 15% 정도 더 높게 받았다는 사실이다.

세기테크의 신제품이 생산량과 생산속도 면에서 무라다사 제품보다 20~30%나 성능이 더 뛰어나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무라다사의 경우 대량생산을 위해서 범용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데 반해, 세기테크는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 공급하기 때문에 당연히 부가가치가 높다.

이로써 세기테크는 10년전 일본 무라다사로부터 당한 치욕을 말끔히 되갚았다.

세기테크의 스판덱스 와인더는 1993년 창업주인 정지수(68) 고문이 최초로 국산화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 무라다사는 덤핑 공세를 펼쳐 국산제품의 상용화를 막았고, 세기테크의 스판덱스 와인더는 상용화에 실패했다.

R&D(연구.개발)에 따른 투자부담에다 국내 섬유경기 침체로 인한 섬유기계 산업의 위축으로 위기에 빠졌던 세기테크는 중국의 부상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세계시장의 스판덱스 수요가 증가하고, 섬유공장이 중국에 잇따라 건설되면서 섬유기계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비록 6개월의 짧은 재개발 기간이었지만, 생산량과 속도는 초기제품의 비해 2배나 증가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더 이상 국내시장을 보고 R&D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시장에 주목했고, 다행히 때를 놓치지 않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성광기(40) 대표는 세기테크를 섬유기계 전문업체에서 산업기계 정밀부품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다국적기업인 미국의 인거솔랜드와 제휴, '에어 임팩트 툴'의 부품을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생산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중국의 섬유기계 시장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한 곳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 대표는 세계시장을 잡지 못하면 지역 중소벤처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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