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 한.일 FTA 논의 등 일본이 다시 뜨고 있다.
가깝지만 먼 일본은 중국과 함께 한국 경제의 양대 수출 시장으로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 시장 교류가 불가피한 곳. 이런 시대적 흐름을 좇아 대구 직물업체들도 본격적인 일본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은 세계가 알아주는 선진 섬유패션 시장으로 우리 업계가 도전하기에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결코 두드리지 못할 철옹성도 아니다.
그런 첫 집단 시도를 한국패션센터(FCK.이사장 최태용)가 (주)신풍, (주)SYT, (주)백우, (주)보광, (주)은인 등 지역 5개 업체를 지원해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Fashion Produce Business(FPB)' 전시회에 공동 참가한 것.
업체들과 FCK는 단순한 전시회 참가를 벗어나 도쿄 일대 원단시장과 긴자(銀座) 유명 백화점을 둘러봤고, 현지 최대 쇼핑거리인 하라주쿠(原宿)를 방문해 일본 섬유, 패션 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하며 우리가 도전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분석했다.
이번 전시회의 의미와 과제, 일본 섬유.패션 시장의 현주소, 일본 시장의 빛과 그림자 등을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신개념 전시장, 빅사이트.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빅 사이트는 말 그대로 대구전시컨벤션센터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일본 최대 전시장으로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과 연결돼 있고 쇼핑몰은 물론 자동차, 선박, IT 등 각종 박물관이 네트워크화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지향한다.
특히 200여개의 크고 작은 의류 상점들이 몰려 있는 비너스포트는 유럽풍 대리석 장식물에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을 형상화한 돔 천장으로 전시회 참관객들의 발길을 끈다.
이 모든 공간을 하나로 묶는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갈매기)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상품이다.
유리카모메는 역무원이 아무도 타지 않는 무인 모노레일(경량전철).
신바시(新橋)역에서 빅사이트에 도착하기까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초현대식 도쿄 해안 빌딩을 감상하다 보면 370엔(4천원)에 이르는 비싼 요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전시장도 훌륭한 눈요깃거리. 기하학적 모양의 중앙 회의동을 중심으로 동, 서로 나눠져 실내와 야외를 넘나드는 독특한 건물 구조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최태용 FCK 이사장은 "전시회 성패를 가늠하는 1차 잣대는 전시장 규모와 주변 인프라"라며 "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빅사이트에 못지 않는 세계적 전시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부가 차별화로 승부
빅사이트 서편 전시장에 도착한 일행은 즉시 부스 디스플레이에 돌입했다.
부스 크기는 업체별 9㎡씩 모두 54㎡. 30분이면 끝날 것 같았던 디스플레이는 3시간 넘게 이어졌다.
흡한속건 원사를 사용해 익스트림스포츠용 나일론 원단을 생산하는 윤원보 (주)보광 사장은 "조명의 밝기는 물론 빛의 색깔과 각도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어야 해 마네킹에 옷을 입히는 일도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고 했다.
밀라노프로젝트 포럼 사업의 하나로 이번 전시회 참여를 추진한 FCK는 업체 선정에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FCK의 전략은 철저한 차별화. 중국보다는 품질 경쟁력에서 앞서고 일본보다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기업들만 엄선했다.
전체 12개 신청업체 중 이번 전시회에 참가가 확정된 지역 업체는 (주)보광, (주)SYT, (주)신풍, (주)은인, (주)백우 등 총 5개. 정장, 수영복, 스포츠웨어용 등 저마다 차별화한 원단들로 일본 바이어들을 공략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주)J2L은 항균기능의 은사와 친환경 소재 오가닉(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재배된 유기농 면)을 응용한 다양한 원단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틈새시장을 공략
순모를 중심으로 각종 모교직물을 생산하는 (주)SYT 부스엔 세탁을 한번 더해 '올록복록' 효과를 내거나 표면이 일어나 거친 느낌을 주는 빈티지 계열의 다양한 원단이 전시됐다.
하창만 (주)SYT 대표는 "2년이나 공을 들여 지난 10월에 일본 바이어와의 2만9천달러짜리 처녀 수출에 성공했다"며 "일본 원단에 비해 품질은 90%, 가격은 60% 수준인 다양한 모직 원단으로 현지 내수시장을 뚫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온 하 대표는 "베끼기에만 혈안이 된 현지 전시회에서 제대로 된 바이어를 만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라며 업체 특성에 따라 일본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기존 일본 바이어를 만나 신주쿠(新宿) 일대의 캐주얼정장 전문백화점을 직접 둘러본 그는 SYT 제품도 일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주)신풍 부스엔 '코두라'(듀폰의 초강력원사 중 하나)로 제직한 하드스포츠용 원단이 대거 선보였다.
더블 식스 구조의 '코두라'는 웬만한 충격에도 결코 실이 끊어지거나 상하는 법이 없어 암벽등반같은 거친 스포츠에 제격이다.
(주)신풍은 속 안감으로 겨울철엔 보온성이 뛰어난 써모라이트 원사를, 여름철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통풍성이 뛰어난 쿨맥스 원사를 사용해 계절에 따라 차별화한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윤상배 (주)신풍 대표이사는 "우리 제품은 메이저리그 야구복 라이선스업체에까지 공급되고 있는 검증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본, 구미 시장 공략이 절실하다"며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몇몇 일본 바이어들과는 수주까지 논의됐다"고 밝혔다.
투웨이 고신축 우븐 직물을 생산하는 (주)은인은 수영복, 보디슈트 등 피트니스 계통의 다양한 스포츠원단을 내놨다.
이 원단은 국내에선 거의 생산되지 않는 희귀 제품. 경사, 위사로 제직하는 우븐 직물은 양방향으로 동시에 신축성을 표현하기가 어려워 기술 개발이 힘든 국내보다는 유럽, 일본 등에 주로 유통되고 있다.
김인권 (주)은인 대표이사는 "은인의 고신축 우븐 원단은 니트 제품들과 달리 체크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 표현이 가능하다"며 "처음부터 선진 섬유시장을 노려 수 백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해 초에야 완성돼 일본, 미국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일본섬연신문사가 주최하고 경제산업성, 일본무역진흥기구, 일본패션협회, 일본백화점협회 등 13개 섬유관련 단체가 후원하는 'International Fashion Fair(IFF)'가 올해로 제 9회째를 맞았다.
IFF의 개최 목적은 중국에 밀려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일본 내수 브랜드를 재육성하기 위한 것. 올해 경우 지금까지 최고인 418개 국내 업체가 참가했고, 해외업체는 한국, 중국, 미국, 프랑스, 핀란드 등 20개국에서 112개 기업이 출전했다.
'Fashion Produce Business(FPB)'는 IFF의 생산 아웃소싱에 관련한 모든 기업들이 참가하는 전시회다.
지난해 처음 열려 올해 2회째를 맞는 이 전시회엔 특수소재, 염색, 후가공업체에서부터 봉제, 기획.공정관리 등의 소프트웨어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참가한다.
올해엔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직물, 니트, 염색, 봉제 등 모든 의류 부문에 걸쳐 120개 업체가 출전했다.
IFF 및 FPB의 또 다른 특징은 의류는 물론 핸드백, 선글라스, 구두 등 모든 패션업체가 공동 출전한다는 것.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체 참가업체의 절반이 의류를 제외한 패션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이상준기자 (사진설명) 나리타(成田)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걸리는 빅 사이트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