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향 '불협화음'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내홍을 겪고 있다.

1월 30일 신년음악회를 앞둔 26일과 27일 오전 대구시립교향악단원들은 연습을 거부한 뒤 홍종흠 대구문예회관장(대구시립예술단 부단장)과 만나, 계약기간 만료(2004년말) 이후 박탕 조르다니아와 재계약을 하지 말아줄 것과 오디션 제도의 완화 등을 요구했다.

단원들은 박탕 조르다니아에 대한 신임 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에 참가한 80명의 단원 가운데 59명이 불신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신임 13명, 기권 8명).

단원 ㅈ씨는 "조르다니아가 대구시립예술단 운영조례에도 없는 재오디션을 통해 단원 줄세우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대구시립예술단 역시 지난 연말에 있은 오디션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심사를 벌여 수석과 차석.평단원 서열을 뒤바꿔놨다"고 주장했다.

대구음악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구시향 사태에 대해, 지난 2002년 1월부터 대구시향의 지휘봉을 잡은 조르다니아에 대한 단원들의 누적된 불신감이 지난 연말 오디션을 통한 단원 서열 교체 파동을 계기로 분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르다니아 체제 이후 대구시향의 음악적 수준이 답보상태에 머물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쳤으며, 협연자 및 객원지휘자 선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단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원들의 이번 집단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한 인사는 "이제껏 별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지 않다가, 조르다니아가 단원 서열을 뒤바꾸는 등 고삐 조이기에 나설 것처럼 보이자 단원들이 비토에 나선 것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구시립예술단 관계자는 "대구시향 단원들은 제5대 라빌 마르티노프와 제6대 보구슬라브 마데이에 대해서도 불신임을 결의하는 등 번번히 지휘자를 보이코트해 온 전력이 있다"며 "지난 연말 오디션에서 경고를 받은 단원에 대해 조르다니아가 재오디션을 실시하겠다고 한 것은 번역 과정에서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립국악단에서도 단원 해촉 문제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오디션을 거쳐 지난 연말 해촉된 단원 5명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해촉된 단원들은 최근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대구시립예술단이 오디션을 통해 주기적인 해고 위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부당 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오디션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대구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대구시립예술단 운영 조례에 따라 심사위원들을 구성, 적법한 오디션을 벌였다"면서 "오디션 결과 낮은 점수를 받아 위촉 만료 사유가 발생한 단원들을 조례에 따라 해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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