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꺼지지 않는 불, 먼 숲을 태우는

끊이지 않는 바람, 큰물을 말리는

짓밟힌 가슴에 앉아 웃고 있는

아라비아 사막 한복판에 선

바짝 마른 그림자

그대로 불이 되는

회오리, 회오리치며 다시

회오리, 적멸의 하늘에 닿는

이정환 '혀'

이 시는 '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제목과 시 내용을 떼어내어 읽으면 연결이 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 세계라'고 한 성경구절(야고보서)에서 그 시상의 전개를 출발한 시이기에 그렇게 읽으면 이해가 되리라.

혀가 가진 힘, 말이 가진 힘-부정적인 말들의 고통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 것이다.

자기 입에서 나가는 말이 남의 가슴에 비수가 되고, 불길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안다면, 말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가?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