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저 365-스웨덴서 만난 한인 입양아들

몇해전 ICQ라는 영어메신저를 통해 덱키(Dackie)라는 스웨덴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껏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사이다.

얼마전 일이다.

나에게 세계일주라는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일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 코스를 짜는 일인데 난 첫번째 나라로 스웨덴을 선택했다.

Dackie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있던 그 친구는 왜 여행갈 때마다 스웨덴은 오지않느냐고 했는데 드디어 세계일주 일정에 스웨덴을 넣은거다.

지루한 비행 끝에 스웨덴 스톡홀름공항에 도착했지만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했다.

Dackie가 마중나오기로 했는데 오랜시간 서로 사진만을 보며 채팅을 한 탓에 막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우여곡절끝에 서로를 알아보고 상봉했지만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당황했다.

내 여행가방에는 Dackie를 위한 선물이 가득했다

김치와 김, 라면 등 한국음식은 물론 한국 전통문양이 새겨진 부채, 휴대전화 고리 등이 들어있었다.

선물(?)로 인해 Dackie와의 스웨덴 생활은 순탄했다.

Dackie 덕분에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정말 저렴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은 Dackie를 통해 한국인 입양아들의 모임을 찾았을 때였다.

이 친구들을 따라 스웨덴 한인교회 창립 25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교포 2세, 입양아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라 교회의 예배는 스웨덴어.한국어.영어가 뒤섞여 진행되었다.

그런 때문인지 어느 교회에서도 볼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꽤나 낯설었다.

그저 소문으로만 듣던 수많은 한국 입양아들에 무척 놀랐다.

모두들 한국말 한마디 못했지만 한국에서 왔다는 날보곤 다짜고짜 영어로 질문해댔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물론 영어를 못하는 입양아 친구들도 많았지만 영어를 몇마디라도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나를 붙잡고 밤이 새도록 얘기를 할 기세였다.

서울 날씨가 어떤지, 어디가 명소인지, 한국은 살기가 어떤지 등등. 그중 한 친구는 작년에 한국를 다녀갔다며 서울 시내의 명소를 자랑스럽게 기억해냈다.

다시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며.

한국행 비행기삯이 무척 비싼데다 자신을 버리기까지 한 한국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국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그들앞에서 난 얼굴을 들지 못했다.

과연 이들이 잘못한 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먼 외지땅에 와서 살아야 할까. 적지않은 것을 남긴 스웨덴 여행이었다.

올해는 이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항공료를 모은다며 한국 올 생각에 들떠있는 이 친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난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조은정.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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