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툭하면 와장창" 역 시설물 파손 골머리

"쫓아낼수도 없고, 그대로 두자니 이용객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새롭게 문을 연 동대구역과 대구역사가 노숙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겨울들어 역사에 머무는 노숙자들이 크게 늘어난데다 유리창과 화장실 등 각종 시설물의 파손이 끊이지 않고, 아예 버너로 음식물을 만들어 먹는 장기 노숙자들까지 생겨난 것. 이때문에 역사를 찾는 고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면서 역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속철 개통을 대비해 전면을 유리로 새단장하고 지난해 10월 문을 연 동대구역의 경우 올 겨울들어 50-60여명의 노숙자들이 장기 기거(?) 중인데 술취한 노숙자들의 난동으로 벌써 3장의 대형 유리가 파손됐다.

동대구역 고객지원팀 권봉철씨는 "지난해 겨울 20여명에 불과하던 노숙자가 급증하면서 '지저분하고 불쾌하니 쫓아내 달라'는 시민들의 민원도 잦아졌다"며 "시설 개체로 동대구역사가 한층 따뜻해진데다 역사의 부대시설이 완전히 들어서지 않아 노숙자들이 기거할 빈 공간이 넓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새롭게 문을 연 대구역 또한 노숙자들에게 유명한(?) 겨울철 숙소로 각광받기는 마찬가지.

올겨울 60여명의 노숙자들이 머물고 있는 대구역은 롯데백화점과 역사 건물이 이어져 비상통로가 구석구석에 많기때문에 더 한층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임기락 역무팀장은 "이용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키재는 기계와 혈압측정계 등을 노숙자들이 파손하고 화장실 집기도 부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비상구 등에 숨어 담배를 피거나 버너를 사용하는 일까지 있어 화재의 위험이 높지만 워낙 역사가 넓어 이들을 찾아내기도 쉽지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을 추운 겨울에 밖으로 무작정 쫓아낼 수 없는데다 간혹 시와 경찰.철도청이 합동으로 단속을 실시해 노숙자 쉼터로 보내더라도 이들의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않아 역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역무팀장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이용객이 많은 낮에는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하고 밤에는 어쩔수 없이 받아주는 실정"이라며 "노숙자 수용 시설의 확충 등 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동대구역사가 노숙자들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28일 오전 일부 술취한 노숙자들의 난동으로 크게 파손된 유리창을 역무원이 가리키고 있다.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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