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퓨 굿 맨'의 뜻은 '소수정예'다.
몇몇 군인의 지나친 자긍심과 자만심을 빗댄 제목이다.
소수의 자만은 간혹 다수에게 위협으로 작용한다.
영화 속 제셉대령은 카리스마로 똘똘 뭉쳐져 있다.
약한 군인은 쓰레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강성한 군인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전형적인 우익주의자.
그가 지시한 '레드 코드'에서 빠진 것이 바로 약자의 고통을 외면한 것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명령과 복종은 군을 움직이는 기본 원칙이다.
전쟁터에서 이 두 가지는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다.
해병대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명령을 수행한다는 규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부심이 지나쳐 독선과 오만으로 치닫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규율이 폭력으로 변하고, 그 폭력이 살인을 부른다면?
법정에 선 제셉대령은 강변한다.
적군을 지척에 둔 내 덕에 너희들이 편히 살고 있다.
그런데도 너희들이 나를 심판하겠다고? 그러나 법무관은 물러서지 않는다.
자만하지 마라. 지금은 전시상황이 아니다.
평화의 시대에는 군인도 평화의 법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면, 여러 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다.
이는 법무관과 살인을 교사한 군인과의 관계다.
그러나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명령을 받고 실수로 살인까지 몰아간 두 사병이다.
그들은 해병대로서 명령을 받고, 충실히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면할 수가 없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살인혐의는 벗었지만 두 명의 사병에게 '불명예 제대'라는 결정이 내려진다.
한 사병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자 한 사병이 말한다.
약자인 산티아고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해병대로서 명령에 따라 행동했지만,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죄라는 것이다.
해병대로서의 책무와 인간으로서의 책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는 결국 행동에 옮기는 자신들이 판단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대의와 소의' 사이에서 갈등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경우 핵잠수함의 함장과 부함장이 핵 미사일 발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발사 버튼을 누르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 함장의 발사 명령을 부함장은 거부하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결국 군 지휘부는 부함장의 현명한 판단에 손을 들어준다
최근까지도 군부대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군인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이 무시되고,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군인 양성의 목적은 전시에 '인간 병기'로 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군대라는 조직은 인간이 편의상 만들어낸 임의 조직이다.
천부 인권을 가진 인간과 인간성을 말살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영화 '어 퓨 굿 맨'은 구타를 통해 군대내 인권을 그리면서도, 어떤 권력도 인간성에 상위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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