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身老不心老)'는 옛말이 있다.
백발이 성성하더라도 마음은 늘 젊다는 얘기다.
'사람이 늙은 후에 또 언제 젊어 볼꼬/빠진 이 다시 나며 센머리 검을 손가/세상에 불로초 없으니 이를 설워하노라'. 일찍이 가인 이정보(李鼎輔)도 몸이 늙는 안타까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식욕은 음식을 먹으면 없어지고, 수면욕은 잠자고 나면 없어진다.
성욕도 만족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만족해서 그만 살고 싶을 때까지 살지 못한다.
'마음은 젊다'는 '더 살고 싶다'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오래 사는 게 '욕'이 되는 세태로 바뀌는 느낌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 숨져 부패된 채 발견되고, 질병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나 홀로 노인'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홀몸노인들이 사망한 뒤 20일이 넘게 방치되다 발견되는 경우도 잇따랐다.
늙은 부모 모시기를 꺼려 홀몸노인들은 중산층까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고령화사회 진입 속도가 세계 1위라는 조사 결과대로 노인 인구의 비중이 늘면서 홀몸노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추산한 우리나라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2001년 59만여명에서 2002년에는 64만여명, 지난해 말에는 68만여명으로 늘어났다.
더구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맞벌이 부부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홀몸노인이 증가할 요인은 점점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고령화 문제에 따르는 홀몸노인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다.
고령화는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시한폭탄'이라는 양면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건 분명 인류의 큰 업적이라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따르는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곧 터지고 말 '시한폭탄'에 다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느라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슬며시 다가와 이미 그 폭탄이 터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령화 문제는 다른 선진국들도 겪고 있기는 한가지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고령화의 속도는 날로 빨라지는데도 대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구나 이 대책은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지만 효과는 늦게, 천천히 나타나므로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에는 쉬운 일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미적거리다가 앞으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나 홀로 노인' 문제는 바로 내일의 노인인 젊은이들의 문제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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