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치원 겨울방학이 짧은 이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재원이는 아침 일찍부터 유치원 갈 준비로 바쁘다.

초등학교 2학년인 형의 느긋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아직 얼음이 꽁꽁 어는 날씨지만 유치원이 일찌감치 개학했기 때문이다.

재원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지난해 12월30일 방학을 시작해 이 달 26일 개학했다.

겨울 방학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올해 겨울방학은 지난해보다 열흘정도 더 짧았다

이 유치원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대부분의 사립 유치원들이 이 달 26일을 전후해 개학했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29일 현재 대구지역 180개 사립 유치원 가운데 119개 유치원이 개학했다.

봄방학이 없어져 사실상 2월말까지 방학이 계속되는 초등학교 보다 한달 가량 겨울방학이 짧다

유치원의 겨울방학이 짧은데는 이유가 있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방학이 길 경우 입학 때부터 차곡차곡 길러 온 어린이들의 생활습관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며 조기개학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내막은 유치원이 수요자부담원칙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있다.

석 달 교육비를 고스란히 받고 방학을 길게 할 경우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

특히 최근 선행학습 붐이 확산되면서 취학 직전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통합교육 중심인 유치원 보다 교과공부에 집중하는 사설 학원을 선호해 겨울 방학때쯤 유치원을 그만두는 사례가 잦다.

실제로 대구시내 한 유치원의 경우 12월 들어 7세반 35명 중 10명이 겨울방학과 함께 등록하지 않았다.

이사, 여행 등 다양한 이유를 대지만 대부분 사설학원으로 가기 위한 것이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방학동안 수업을 하지 않은 만큼 교육비를 돌려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학부모들의 불만섞인 질문을 받을 때면 난감하다고 밝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긴 방학이 달가울 리 없다.

비싼 교육비를 들여가며 유치원 졸업장에 매달리기 보다 학원에 가서 초등학교에서 배우게 될 과목을 미리 배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직전의 자녀를 둔 경우 유치원 겨울방학동안 선행학습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34.여)씨는 3개월치 교육비를 한꺼번에 내는데 방학이 길면 누가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겠느냐며 유치원에 등록했지만 겨울방학 동안 수업이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내버려 둘 수도 없어 사설학원에 보냈다며 이중으로 교육비를 지출해야하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 방학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 유치원 원장은 학생들이 빠져나갈 경우 유치원 경영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학부모들이 유치원을 초등학교와 같은 공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치원 관계자들이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지난해 개정 영유아교육법의 국회 통과. 이를 통해 유치원이 학교로서 법률체계 안에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만 5세 무상교육이 2007년까지 전국으로 확대되고, 유치원의 '종일반' 운영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학부모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ㅅ 유치원 원장은 사립 유치원 교사 인건비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게 돼 공교육으로서 유아교육이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며 학부모들의 유치원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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