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팔공산 고양이

낙동강이 대구의 젖줄이라면 동서로 길게 쭉 뻗은 팔공산산괴와 앞산산괴는 대구의 숨통이다.

이 두 산괴의 숲은 대구 분지의 시민들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도심의 먼지를 빨아들여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대구의 두 숨통중의 하나인 팔공산이 고양이 떼의 만행(?)으로 몸살을 앓아 온전한 숲의 보전이 위협을 받고 있으나, 시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팔공산 생태보존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 (사)어린이환경문화단이 최근 실시한 팔공산 고양이 서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팔공산에는 2만6천여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는 2001년 조사때보다 6천여마리가 늘어난 것이며 매년 3천여마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 고양이 떼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산정상에까지 출몰, 다람쥐 토끼 등 동물과 산까치 등 조류를 닥치는대로 잡아먹어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건강한 숲은 동.식물이 조화롭게 공생공락할 때에 가능하다고 한다.

자연생태계는 식물-동물-식물로 이어지는 순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팔공산의 고양이 떼는 이런 순환관계의 중간에 있는 동물이나 조류를 잡아먹기 때문에 순환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마치 외래종 귀화식물이 번식해 토착 식물을 잠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제는 고양이 떼로 인해 팔공산의 숲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다못한 환경단체들이 그물로 고양이를 잡아 불임시술을 해보는 등 퇴치를 시도해보지만 번번이 동물애호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고 만다.

연전에는 일부 시.군에서 고양이 잡이에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가 제소를 당하기도 했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도 고양이 떼로 인한 생태계파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간자 입장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숲의 건강성은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연구조사에서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율이 세계최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장윤석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산림의 탄소흡수율은 헥타르(㏊)당 연간 1.5메가그램(㎎)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3, 4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숲이 탄소흡수율이 높은 것은 30~40년생의 나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토의정서'의 계획대로 2013년부터 이산화탄소(CO2) 배출규제를 받게될 것을 감안하면 다행스런 일이나 그린벨트 해제, 논면적 축소 등 토지이용정책의 변화로 우리의 산림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그만큼 숲의 건강성을 되찾는 일이 시급해졌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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