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장에게 술 따르게 권유, "성희롱 아니다"

회식자리에서 직장 상사가 여직원에게 술 따를 것을 요구해도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2부(한강현 부장판사)는 13일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2002년 가진 회식자리에서 교감 김모씨가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교장 선생님께 한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말한 것은 성희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감 김씨가 성적 의도를 가지고 술을 따르라고 했다기보다 회식장소에서 부하직원이 상사로부터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상사에게 술을 권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문제를 제기한 최 교사를 제외한 다른 여교사들이 술을 따르라는 말에 성적인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할 때 김씨의 언행이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모 여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통해 김 교감의 발언을 정식으로 문제삼았고, 여성부는 지난해 5월 김씨에 대해 성희롱결정처분을 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13일 여성부는 김씨에 대해 한 성희롱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북지부 이창 사무처장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교감이 여 교사들에게 술 따르기를 강권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이런 일이 빈발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여성.민주.사회단체 등과 함께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여성부에 상고를 강력히 촉구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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