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배우', '백마 탄 왕자', '아도니스'…. 그동안 배우 장동건이라는 이름 앞에 따라다녔던 수식어다.
부리부리한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 솔직히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남자다.
이런 장동건에게 이제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어야 할 것 같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전쟁터에 함께 끌려간 동생을 지켜내려다 점점 광기의 화신으로 변해 가는 역을 맡은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얼굴만 잘생긴 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어느새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스타 장동건에겐 어떤 매력이 있을까. 잘생겼지만 금방 싫증이 나는 많은 미남 배우들과는 뭔가 다른 내면의 특별함이 아닐까. 벌써 연기 경력 12년차인 그에게는 빛과 어둠, 부드러움과 강함의 본성이 공존한다.
"영화에서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매우 자연스러웠어요". 그의 말대로 장동건에게는 분명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모순적인 매력이 숨겨져 있다.
장동건을 만나면 언제나 편안해진다.
겸손하고 예의바른 모습 때문이다.
지난 13일 대구시내 한 영화관에서 만난 장동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신에서 보여줬던 눈이 뒤집힌 채 흰자위만 드러냈던 그가 아니었다.
영화 초반부 동생과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자상한 형의 모습이었다.
"사실 제 성격이 조금 우유부단해요. 그래서 부탁하면 싫어도 거절을 못해요. 이런 모습이 착하다는 이미지로 확대된 것 같아요. 앞으로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그의 부드러움 이면에는 강함이 도사리고 있다.
"첫 전투신을 촬영하다 무릎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어요. 그래도 몸 걱정보다 연기 욕심이 더 앞섰죠. 몸이 제대로 따라와 줄 지 걱정이었지만, 10개월 간 꾹 참고 쉬지 않고 달렸지요". 그가 영화의 엔딩신에서 화면을 압도하는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준 것도 모두 이런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최고의 TV 스타에서 1997년 영화계에 첫발을 들인 장동건의 영화경력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만나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버팀목이 된다.
'패자부활전', '연풍연가' 등 초기에는 멜로 위주였지만 '인정사정…' 이후엔 '아나키스트', '친구',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 대작영화 단골배우가 된 것.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바로 '대부' 같은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대작영화만 고르는 것은 아니에요. 2002년 '해안선'에 출연하면서 제 연기영역의 폭을 깨닫기도 했지요".
작품 선정을 너무 잘한다고 추켜세우자 그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했다.
"지금까지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너무 좋은 분들과 함께 일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점점 고민도 많아져요".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만 온다'는 말이 그에게 딱 어울린다.
이제 이 최고 스타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그는 "3년 전 친구와 다시 손을 잡았다"고 했다.
곽경택 감독의 해양 블록버스터 '태풍'으로 결정한 것.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장동건. 과연 이번에도 그가 말하는 '운'이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사진 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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