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은행, 영남종금, 대구종금, 대구리스, 그리고 지역 금고와 신협 간판이 내려진 지 수년이 지났다.
지역개발과 지역 기업, 주민에 대한 금융지원의 큰 축을 맡았던 이들 지역 금융기관들이 떠난 빈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지역 실물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지역사회 전체가 공동화되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것은 기우일까.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한국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구, 경북지역에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누구 탓을 하거나 좌절감에 빠져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새롭게 일터 혹은 대학에서 꿈을 가꾸는 우리 자녀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역 금융 부흥의 시대"를 한시 바삐 열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금융기관 스스로 고객밀착형 영업과 심사 등 내부역량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기업과 주민에 대한 컨설턴트 역할을 지향하여야 한다.
둘째 지역 금융 기관들과 관련 기관들간에 공유 서비스(shared service) 영역의 확대와 전략적인 제휴 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셋째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여야 한다.
◇금융기관 내부 역량의 확충
지역 금융의 부활을 위하여 개별 금융기관 스스로가 다섯가지 핵심역량을 확충하고,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수동적인 대출 기관에서 벗어나야한다.
지역금융은 지역 기업과 상인들에게는 사업전략수립과 재원마련 및 업무효율성 증대를 위한 컨설팅 파트너가, 지역 주민에게는 자산운용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첫째 정밀한 고객분석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고객에 관한 거래 및 접촉이력 정보를 통합적으로 수집,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현한다.
고객 군별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하여 정교한 고객 세분화 모델을 설정, 활용한다.
둘째 판매 채널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
영업점, 상담원/설계사, 콜 센터, 인터넷, 우편 등 각 판매 채널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여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세일즈,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콜 센터의 고객상담 및 업무처리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영업점의 단순 상담전화나 후선 업무를 대폭 이양받아 업무효율성 증대를 꾀한다.
셋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적시에 개발, 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과 상인 및 주민에 대한 밀착 영업과 포괄적이고 개인화된 컨설팅 서비스를 바탕으로 확보된 신용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 중소상인 고객에 대하여 국내외 대형 은행권에 비해 유익하고 차별화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망한 지역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금융수요로 연계하기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내 금융기관이 단독으로 또는 외국 금융기관이나 대형 우량 금융기관들과의 다양한 컨소시엄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는 전력, 하수도, 유료도로 등 미래 현금흐름이 안정된 지역개발사업은 물론, 관광, 문화 콘텐츠, 자원개발 프로젝트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넷째 지역밀착형 신용평가와 위험관리 역량을 축적하여야 한다.
합병에 의해 대형화된 금융기관과 외국계 금융사들이 규모의 경제와 업무효율성을 지향하여 정형화된 고객평가와 신용평가모형에 주로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여 지역 금융기관이 지역 기업, 상인, 개인의 재무 정보는 물론 비재무 정보까지 세밀하게 축적하여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와 여신심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 신용정보 수집 기능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우량기업의 발굴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부문별 특성에 따라 첨단 제조업은 사업전망을, 일반제조업은 재무구조를, 도 소매 업은 사업주의 경영능력을, 식품가공업은 매출액의 현금회수율에 가중치를 많이 두는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하는 것이다.
◇금융, 비금융 상호 네트워크 구축
재구성 전략이 금융기관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변화 과정인 반면, 금융기관의 네트워크화 전략은 외부 파트너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외부 지향적 변화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전략은 외부 제휴 네트워킹을 통하여 내부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시장 확대적 목표를 지향한다.
제한된 규모의 지역 내부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 금융기관에게 있어서 이러한 네트워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수단으로 여겨진다.
첫째 선진 금융기관에서는 고객통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관련 시스템과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여 고객 세분화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외부 기관이 고객 세분화 업무를 수행하면, 내부 마케팅 조직은 세분화 결과를 바탕으로 마케팅 가치제안 요소를 개발하여 실행하게 된다
둘째 외부 판매 채널을 내부 채널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업자나 소매유통업자가 금융기관의 채널로 역할하거나, 어느 금융기관에 소속하지 않은 외부 금융 전문가 채널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부 전문 채널 역량을 활용하여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채널 관리의 비용 부담을 고정비에서 변동비로 전환할 수 있어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미국의 Allstate 보험사의 경우 전문화된 보험영업직원 네트워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비용의 가변화 및 성과 중심의 보상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셋째 상품, 서비스 개발 부분은 종합 금융 서비스의 강화에 따라 네트워킹 전략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영역이다.
방카슈랑스, 투신상품 위탁 판매 등 자체적 개발 역량이 취약한 영역은 외부에서 조달받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은행이 보험사가 인수하는 생명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보험사가 은행 또는 증권사의 인덱스 펀드를 판매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거래처리 프로세싱 업무량이 시기적으로 균등하지 않고 처리역량 자체가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영역의 경우 외부 제휴를 통한 프로세싱 대행 처리가 가능하다.
신용카드 회사의 청구, 승인, 지급, 회수 거래 처리의 경우 미국 카드사의 90% 이상이 외부 거래처리 사에 위탁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 이다.
넷째 리스크 및 수익관리 역량 또한 최신의 리스크 분석 역량을 보유하고 해당 모델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기 위해서 외부 전문 기업을 활용할 수 있다.
전산 인프라 업무, 복리후생 등 정형화된 인사, 구매 등 정형화된 후선 업무도 대상이다.
미국 MBNA 신용카드사의 경우, 카드 업무의 핵심 기능인 전략적 고객관리, 마케팅 및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가맹점 제휴 및 관리 업무 등의 후선 업무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아웃소싱 하는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외부 제휴기관과의 네트워크 전략은 금융기관이 내부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사업을 개척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예컨대 Life Care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 금융기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금융, 비금융 산업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이러한 외부적 네트워크 전략은 이동통신사, 소매 유통 사, 자동차 산업을 비롯하여 전기, 가스 등의 utility 산업 등 고객의 일상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산업과의 다양한 제휴사례로 확산되고 있다.
특화 금융상품을 비금융 산업에 제공하는 전문적인 상품 제공자로서 역할하거나,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고객 및 채널을 기반으로 금융, 비금융 복합 서비스 공급자로 역할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기관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이러한 네트워크전략은 각 산업마다 격화되고 있는 경쟁압력에 대한 돌파구로서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 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 연계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금융허브 핵심사업 중에서 자산 운용업의 집중적인 육성과 한국투자공사의 설립이 있다.
향후 자산 운용 업의 부흥에 대비하여 예컨대 지역 기업들에 대한 평가모델을 정교화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로, 해외 금융전문인력의 유치 및 국내양성전략과 연계하여 지역 금융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먼저 지역 금융기관이 지역 기업과 상인 및 주민들에게 상시적인 컨설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내부 조직과 프로세스 및 시스템의 재구성을 통하여 가능하다.
둘째로, 지역 내 금융기관들은 물론 국내외 외부 전문 기업들과의 체계적인 상호 협업 체계를 구축하여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여야 한다.
고객관리, 판매채널, 상품개발과 리스크 관리에 이르기 까지 효과적인 네트워킹 전략을 구사하여야 한다.
끝으로 국정 우선과제 중 동북아 금융허브 핵심 전략인 자산운용 역량강화와 금융전문인력 유치, 양성 부문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금융 부흥의 통로는 지역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남의 탓이나 자책감을 버려야 한다.
최명주· IBM BCS 부사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