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조명-노예와 로봇

노예 제도는 귀족이나 시민이 기피하는 육체 노동을 대신함으로써 문화 발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하기도 했으나, 귀족을 향락과 퇴폐에 빠지게 해 국가의 멸망을 초래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에 비춰 로봇이 인류에게 더 나은 문화 발전을 가져오느냐, 인류 멸망을 부르느냐라는 심각한 문제를 던지는 이들이 적잖다.

이를 풀기 위해 노예와 로봇의 차이점부터 살펴보자. 우선 노예는 인간이고 로봇은 기계다.

노예 제도가 유지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 돼 사회적으로 거대한 갈등을 잠재하고 있는 셈이 된다.

로봇을 노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상황은 다르다.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도 아니며 사회적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가 인간에게 고통을 주듯이 인간의 노동을 빼앗아 실업을 초래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자기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노동을 로봇이 독차지한다면 인간은 무력화되고 정신도 황폐화할 위험이 있다.

로봇(robot)이란 용어는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펙이 1920년에 쓴 희곡 에서 처음 등장했다.

어원은 Robota. 체코어로 강제적 노동 또는 노예를 뜻한다.

이 희곡은 로봇들이 자신들의 창조주인 인간을 전부 살해하게 되는 비극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런 의미에서 로봇의 발달 단계를 전망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미국의 로봇공학박사 한스 모라벡은 그의 저서에서 크게 4단계로 구분했다.

2010년에 나타날 1세대 로봇은 도마뱀 수준의 지능을 갖추고 있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10년 뒤에는 생쥐 정도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개발돼 실수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원숭이 수준의 지능을 갖춘 3세대 로봇은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판단하고 예방하게 되며 2040년에는 인간과 똑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4세대 로봇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 겸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이 지켜야할 3가지 규칙 이른바 '로봇의 윤리헌장'을 언급했다.

1원칙-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있는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2원칙-로봇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을 복종해야 한다.

3원칙-로봇은 상위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이같은 원칙 아래 로봇이 발전할 수 있다면 '터미네이터'에서 예견된 암울한 미래 사회의 위험을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