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創業에 33일

개인이 국내에서 창업하려면 평균 33일이 걸린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규제 완화'가 헛구호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런 열악한 창업 환경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대내외에 아무리 떠들어봐야 돌아오는 건 냉소와 불신뿐이다.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그것이 국민과 업계를 위한 '인기성' 발언이 아니라면 정부는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제도 점검을 통한 발상의 전환을 다시 한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창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호주는 2일, 캐나다 3일 등에 불과한데 한국은 33일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이 정하는 인허가 및 행정절차만도 33개에 달한다고 하니 각 법령마다 새로 신고서를 작성하고 관공서를 찾아다니려면 부지런한 사람이라야 33일 정도 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콩 11일에 비해서도 엄청난 격세지감이 있다.

뿐만 아니다.

창업비용을 보더라도 한국은 1천776달러로 대체로 선진국의 10배 이상 수준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는단 말인가. 근본적인 의문점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창업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관료주의'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골프장 하나 짓는데 도장 780개가 필요한 나라"라며 정부 규제를 꼬집은 말이 새삼 실감난다.

세계화의 기본논리가 '신자유주의'인데 기업의 진입(進入)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한국은 파산관련 절차마저 복잡해 기업 청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진입 뿐 아니라 퇴출마저 어려우니 시장원칙에 따른 효율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규제가 기업을 보호하고 창업의 안전판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모든 공직이 경제를 위해 '원 스톱 서비스' 하겠다는 정신을 갖지 않는 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요원하다.

아직까지 원론 수준에 맴돌고 있는 정책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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