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딘스(DINS)족이 아닙니까?".
미국에서 유행하는 '딘스(DINS)'라는 말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게 됐다.
딘스(DINS.Double Income, No Sex)는 맞벌이를 하면서 성관계를 별로 갖지 않는 부부를 말한다.
성관계를 갖지 못할 정도로 피곤에 절어있는 맞벌이 부부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이 맞벌이 주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내놓은 '취업주부의 역할 분담과 갈등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별로 그렇지 않다' 50.5%, '전혀 그렇지 않다' 11.2%로 적극적으로 불만족을 표시한 여성이 61.7%나 됐다.
또 '그저 그렇다'로 소극적인 불만족을 나타낸 비율 27.9%까지 포함하면 사실상의 불만족 비율은 무려 89.6%에 달했다.
반면 '매우 그렇다' 2.9%, '대체로 그렇다' 7.4%로 만족을 표시한 여성은 10.3%에 그쳤다.
현실적으로 맞벌이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속에서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의 하나인 성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무영 원장=사실 저도 레지던트 시절엔 너무 피곤해서 아내와 잠자리를 별로 가지지 못했습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부교감.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감정을 편안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이 흥분돼야 성적 감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혈관이 수축하고 성적 충동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부부관계를 가지려면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감정적으로 피곤한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맞벌이 주부는 직장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돼 더 피곤하고 집안일이 늦게 끝날 수밖에 없어 남편과 편안한 무드를 조성하기 힘든 시간적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근무 환경이 임신에 대한 부담을 주는데다 피임에 대한 완벽한 교육도 받지 못해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부관계를 회피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최선남 교수=야뇨증 등 아이 문제를 상담하러온 부모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성관계를 거의 갖지 않거나 성적 불만이 쌓인 부모 문제로 귀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간의 성문제로 인해 엄마가 우울해 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전달되고 그 부정적인 증상이 결국 아이에게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한 맞벌이 여성은 직장에서 전화로 아이가 학교, 학원 등에 가는 시간을 확인하고 집에 와서도 아이를 관리하며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걸 봤습니다.
한 여성은 남편과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청바지를 입고 잠을 자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남편과의 섹스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의 성까지 억압하겠다는 심각한 경우이지요. 마누라의 바가지가 느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성적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김경동 원장=사실 일 때문에 부부관계가 적어진다는 것은 등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옛날부터 영웅호색이라고 일이 많을수록 부부관계를 더 하게 돼 있거든요. 조선 세종대왕이나 고려 태조 왕건 등 일을 많이 한 왕들은 부인, 자녀 수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의 문화적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맞벌이의 스트레스를 부부관계로 풀지 않고 각자 해결하는 것이지요. 바람을 피우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직접적인 성관계 외에 대리만족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벌거벗은 이성의 사진을 바로 볼 수 있고 전화방, 대화방 등 성관계 사업들이 범람해 어디서든 해소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업에 종사하는 한 남성은 사이버 섹스 재미에 빠져 실제로 아내와의 관계는 재미가 없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부부관계를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야 되고 신경이 많이 쓰이잖아요. 자기 만족 위주의 이기적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어 결국에는 영화처럼 인조인간과 성관계를 갖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빨리 돈을 모으고 사회적인 성공을 이룰지는 모르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부부간의 섹스를 유예시켜 놓겠다는 방법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편은 밖에서 술.운동 등으로, 아내는 친구들과 수다 등으로 대리만족을 찾지만 성 불만이 쌓이게 되면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부부간의 감정 교류가 없는 섹스리스(sexless)는 큰 문제입니다.
20.30대에는 1주일에 3회, 40.50대에는 1주일에 1.5회가 평균이라지만 횟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질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부부가 서로 바쁘니까 한번 관계를 해도 충분히 감정적으로 교류하면 만족할 수 있거든요. 부부가 서로 마음 편하게 관계할 수 있는 '부부의 날'을 한달에 2번 정도 미리 정해두면 어떨까요. 성적 갈등이 쌓이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라도 이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정상적인 남성의 경우 25일에 1번 정도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성욕이 나타나게 돼있습니다.
배란기 등이 되면 성적 충동이 여성에게도 옵니다.
부부생활 자체가 바로 성생활입니다.
성을 육체적으로만 한정해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자를 보면 성(性)은 마음심(心)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부의 성품과 생활 자체가 바로 성관계인 것입니다.
동양의학에서 양(남)과 음(여)의 결합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병이 옵니다.
적절히 조화로운 부부생활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합니다.
자기가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희생해줘야지, 왜 나한테 안 챙겨주나 섭섭해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대방에게 병 주고 자신도 병이 생깁니다.
△최=부부간의 성은 가장 긴밀한 의사 소통입니다.
부부간의 성이 해결되면 모든게 해결되지요. 그런데 성가치관이 상당히 은폐되고 억압돼 있습니다.
또 부부가 상대방의 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섹스테라피(성치료)에서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부모때부터 받은 성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풀어줘 부부가 서로 만족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서서히 접근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김=몸이 피곤하더라도 부부관계를 가지고 나면 피로가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옛날에 도인들은 부부관계를 통해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성생활을 담은 동양 고전인 '소녀경'의 내용을 보면 성생활로 쾌락을 얻기보다는 도를 닦고 신선의 경지를 추구한 것이 보입니다.
성이 부부생활의 모든 건 아니지만 윤활유로서 촉매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애정이 더 생기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부부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섹시하게 보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뚱뚱한 몸매에서 섹시함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날씬해지려면 운동하고 과식하지 않게 됩니다.
식욕과 성욕은 서로 반대작용을 합니다.
성적 만족을 못 느끼는 사람이 과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줌마들이 양재기에 밥을 많이 비벼먹는 것도 남편이 사랑을 덜 해준다는 얘기입니다.
부부관계를 적당히 하면 살도 안 찝니다.
몸안의 성 호르몬이 활발히 움직여 살을 찌게 만드는 지방세포의 증가를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최=부부 대상 교육을 많이 하는데 주부들에게 무엇보다 잠옷을 사라고 권합니다.
한국 주부들은 집에서 1년 내내 트레이닝복을 입잖아요. 밥하고 청소하며 하루종일 입고 돌아다니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그대로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 때문에 잠옷을 입기 어렵다고 하지만 남편의 애정이 식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예쁜 잠옷을 입고 남편을 기다리면 남편도 왜 이러느냐고 하면서도 자신을 위해 준비한다고 호감을 가질 겁니다.
그리고 부인들이 남편에게 비난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현재 40대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고 성적으로 은유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도 아내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게 되면 스스로 비하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루 24시간 중 단 10분만이라도 남편을 위한 아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을 꾸미는 '나를 위한 시간'이 되지 않겠습니까. 남편도 술 마시고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에티켓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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