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국가산업단지 곳곳에 자리한 '개미군단'인 중소기업. 이들 중기들은 수출 200억달러 돌파를 축하하는 폭죽과 팡파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삼성.LG 등 대기업 중심의 수출전선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수출 200억달러가 대기업들만의 잔치가 아닌,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일궈 낸 수출 신화임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수출 3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열정으로 그 길에 걸림돌이 되는 자금.기술.정보력 부재라는 벽 허물기에 당당히 맞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년전에 결성돼 354개업체가 참가한 (사)구미중소기업협의회(회장 이동수.신흥직물 대표)는 지난달 24일 총회를 가지고 수출 300억달러 시대를 위한 회원사 경쟁력 확보에 들어갔다.
같은 날 타 업종끼리 정보와 기술력을 서로 교류하고 공유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인 (사)구미 이(異)업종교류회(회장 이육권.봉산정밀 대표)도 정기총회를 마련해 급변하는 기업환경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구미수출 3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기는데 노력키로 하는 등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실제로 구미지역에는 줄잡이 1천200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만도 50여업체가 부도 등으로 휴.폐업하는 등 수출 200억달러라는 화려함 뒤에 중기들의 고통이 엄청났던 게 사실이다.
한 중소업체사장은 "중소기업은 자금이나 신용도, 새로운 기술, 시장개척과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드물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대기업에서 지원하는 기술력에 의존, 경쟁력이 떨어지는게 현실"이라고 털어놓는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이같은 기업애로와 관련해 1공단에 100만평 규모를 리모델링해 '중소기업전용단지'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4공단에 900여억원을 들여 연구단지를 유치,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하나의 협력구조로 정착하도록 할 것이라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도 기업간 네트워킹과 정보교환, 우수사례발굴.벤치마킹 등으로 혁신과 변화, 희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중소기업 현실을 극복하고 수출 3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구미국가공단내에는 '탑런(Top-Run)가족'으로 한데 어울린 중소기업체 동양산업(주)과 대양전자(주).(주)진양.(주)탑런테크.(주)J.J 테크가 있다.
이 회사는 박용해(朴龍海.56)대표와 전체 500여명 사원들이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개발과 가족공동체 경영이념은 중소기업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범 답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업체들은 가족공동체식 조직구성 운영과 함께 탄탄한 기술력과 사원복지, 평생일터 등으로 중소기업이 공통으로 느끼는 기술력과 인력, 자금력 등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있다.
우선 이 회사는 '꿈도 아픔도 회사와 함께'라는 사훈과 '즐거운 일터, 깨끗한 일터, 보람찬 일터'란 경영방침으로 기업과 가정이 하나라는 일체감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들 회사는 어느 현장을 가더라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
먼지와 티끌 하나가 불량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 특히 동양산업(주)과 (주)탑런테크의 PDP용 케이스 등 고급제품에 대한 유광코팅처리 과정과 (주)J.J 테크의 LCD용 냉음극형광램프 생산공정은 청결이 최우선 과제다.
이들 공정에 사용되는 기술력은 이 회사가 3년 전부터 운영해 온 '기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것들로 세계일류 기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박 사장은 기술연구에 필요한 연구 장비만도 20여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들여 비치해 놓고 있다.
그만큼 자체 기술력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경영철학이다.
특히 고급PDP나 노트북컴퓨터 등 LCD모니터에 들어가 빛을 내는 '냉음극형광램프(CCFL)' 생산 기술과 실험 과정은 이 회사가 가장 자랑하는 자체 기술력으로 대기업들이 먼저 협력관계를 요구해 올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납품받는 대기업이 4만시간 사용가능한 제품을 요구해오고 있지만 이 회사는 6만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한 발 앞서가는 기술을 개발했다.
직경 2.0∼4.0㎜의 작은 형광램프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가스봉입압측정기로 수은이 고르게 분포됐는지를 살피고 0℃의 환경조건에서 3천시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끊임없는 제품 실험을 한다.
또 70℃에서부터 -30℃까지의 극한 온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열충격시험'과 외부 충격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한 '진동충격시험' 등을 통해 대기업이 요구하는 국제규격보다 훨씬 앞선 성능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 회사연구소가 내놓은 기술은 '투컬러전용지그'와 '무호스 스티로폼 성형기', '도광판 패턴 선결 프로그램', '방전특성측정 시스템' 등으로 오히려 대기업에 기술력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 조충일(33) 선임 연구원은 "기술력은 곧 기업 경쟁력이다"며 "연구소에서 개발해 낸 기술은 대기업 제품의 고급화와 국제시장속에서의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져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고 자부했다.
게다가 '탑런(Top-Run)가족'에 속한 회사마다 수억원씩 투자해 양지원(養志苑) 등 휴식 및 접견소를 조성해 가족들의 꿈과 뜻을 높이고 각종 행사와 손님 접대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휴게실.기숙사 등 호텔식 시설을 갖춘 부대시설로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정원과 회사 꾸미기 등에는 박용해 사장을 비롯해 전 가족들이 참여했다"며 "우리는 가족이란 공동체로 형성된 기업이념으로 세계 일류기업과 일류사원으로 일터가 생활"이라고 하는 가족사원의 모습에서 수출 300억달러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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