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출신 시인·소설가 나란히 책출간

상주 출신인 강현국(55) 시인과 소설가 성석제(44)씨가 최근 시집, 산문집을 나란히 선보였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수이며 '시와반시' 주간을 맡고 있는 강 시인은 '고요의 남쪽'(도서출판 고요아침)을 펴냈다.

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내며 "내 시는 어떤 개인 날 이전과 이후이다.

그러고 보니 어떤 개인 날은 통과제의 같은 것이다"며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고 밝혔다.

시집은 멀리가는 강물, 어떤 개인 날, 세한도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가슴이 붉은 딱새, 달 뜨는 곳에 웅크린 초가집, 정처없는 영혼의 정처찾기,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갇힌 여러 사물들을 통해 마음의 정처를 찾아가고자 하는 여정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표제작인 '고요의 남쪽'에서는 남쪽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떡갈나무 그늘을 빠져나온 길은/황토 산비탈로 자지러진다/차돌처럼 희고 단단한 고요/오직 고요의 남쪽만 방석만큼 비어 있다/길은 또 한번 황토 산비탈로 자지러진다/온몸에 고추장을 뒤집어쓴 어떤 애잔함이, 출렁/섬진강 옆구리를 스치는 듯도 하였다'. 유홍준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강 시인의 주특기인 '소외와 결핍을 노래하는 감미로운 절망의 목소리'와 '역설과 반어적 기법으로 찾아가는 마음의 행로'가 결코 약화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고 밝혔다.

이야기의 힘과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 성석제씨의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도서출판 강)는 '성석제가 말하는 성석제, 그리고 세상'이라는 부제처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주의 벽촌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담, 문학에 빠져 지냈던 법대생 시절, 만화에서 시작된 책읽기가 '순수한' 시의 세계를 거쳐 '불순한' 소설의 세계로 옮겨오기까지 작가의 성장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짧은 글들을 억(憶.추억), 애(愛.사랑했던 것들), 엽(葉.촌철살인의 해학이 펼쳐지는 에피소드), 견(見.세상사에 대한 시각), 유(流.유랑의 내력), 인(人.사람에 대한 기억) 등 6부로 나눠 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준 '채권' 가방을 책가방으로 들고다니던 시절을 프랑스 배우 '장 가방'의 영화 이야기로 풀어내는 등 유쾌한 일화들을 웃음에 그치지 않고, 가슴 찡한 여운으로 녹여내고 있다.

몰래 먹은 막걸리의 첫맛이 숨어있는 길이네 점방, 이제는 사라진 꿈같은 대학 시절 등등 작가의 추억담은 아름답고 슬프다.

"추억이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다"는 말로 작가는 추억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만나고 교류했던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이 곳에 없는 이문구(소설가), 성원근(시인), 김소진(소설가) 등 세 사람에 대한 존경과 상심의 기록도 담고 있다.

성씨는 "70년대여, 80년대여, 나의 30대여. 즐겁게 춤을 추고 있기를, 그곳에서 영원히. 언젠가는 알게 되기를, 꿈결같이 시절과 사람이 오가는 동안 삶은 갱신됨을, 삶에는 구각도 신체(新體)도 없음을, 나의 인생아"라고 책머리에 썼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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