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줄기가 태극무늬처럼 휘돌아 흐르고, 산은 물을 얼싸안으며 물은 산을 휘감아 돌아 '물도리동'이라 불리는 안동 '하회(河回)마을'은 '연화부수(蓮花浮水)'형으로 조선조 유림들의 대들보였던 선비들이 살았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허씨.안씨 등이 살아오다 풍산류씨(豊山柳氏) 공작이 수면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땅을 골라 집을 지어 연꽃 뿌리를 내린 뒤 대대로 가문을 이어오는 전형적인 동성부락이다.
지난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생일을 맞아 방문해 더욱 유명해진 이 마을에는 양진당.충효당 등 130여호의 고가들이 옛 모습을 지니고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예부터 삼남의 네 길지(吉地) 중의 하나로 꼽혔던 이 마을은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마을을 감싸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절묘하게 깎아지른 듯한 부용대(芙蓉臺), 넓게 펼쳐진 백사장, 울창한 노송 숲을 이룬 만송정(萬松亭)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부용대에 오르면 그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국보로 지정된 하회탈도 유명하며, 이 탈을 쓰고 벌이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19년 전 자취를 감췄던 하회마을 앞 낙동강 나룻배가 다시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안동시가 이 마을의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접안시설 정비와 함께 복원, 내일(7일)부터 부용대에 이르는 300여m를 오가게 된다.
마지막 뱃사공인 권용덕(79) 옹이 "예전과 모습이 똑같은 배가 강에 뜨니 꿈만 같다"고 기뻐하지만, 이곳 경관을 제대로 느끼려는 관광객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닌 듯하다.
▲하회마을의 역사와 함께 해온 나룻배는 1985년까지 주민과 관광객들을 낙동강 건너편 부용대까지 실어 나르는 등 교통수단으로 이용됐으며, 찾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왔었다.
그러나 강을 돌아가는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배마저 홍수에 떠내려 가버려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그 이후 나룻배를 타고 기암절벽 등의 모습을 즐기거나 강 건너 부용대에 올라 굽어보며 수려한 경관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나는 당신을 안으며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시인 한용운은 일찍이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시에서 이 같이 노래했다.
불교에서는 불법(佛法)을 나룻배에, 중생(衆生)을 행인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튼 하회마을이 옛 모습 그대로의 나룻배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많은 행인(관광객)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명소로 거듭나게 되고, 혼탁한 세상에 연꽃처럼 길이 그윽하게 피어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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